貧티지, 슬픈 자화상

누가 가난을 파는가

2015-08-13     김정덕ㆍ강서구 기자

도시빈민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가 자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이들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에서 개발가능지역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이미 다른 지역들은 개발이 다 끝났다. 자연스레 개발이 안 된 달동네로 자본도 몰린다. 그러자 또 돈에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다. 물론 달동네 주민들은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다.

달동네에 그토록 오래 살았어도 주인으로 인정받지도 못해서다. 과거 빈촌貧村 바로 옆으로 부촌富村이 형성될 때 그랬듯 달동네 주민들은 그저 사회의 부수적인 존재다. 여차하면 옆으로 치워놓으면 되는 짐짝처럼 말이다. 그들은 늘 힘없는 사회 약자였고, 당연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도 없었다. 하지만 묻고 싶다. 우리는 한번쯤은 누군가가 찍은 달동네의 사진을 보면서 혹은 영화나 드라마 속 배경에 등장한 달동네를 보면서 향수를 느끼지 않았던가. 빈티지 여행이라며 그곳을 찾아가 평안을 얻고, 추억의 골목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모두가 헌집을 부수고 새집을 지을 때 자의든 타의든 그들은 달동네와 골목길을 지켰다. 최소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달동네와 골목길이 가치를 재평가받는 것처럼 이제는 달동네 주민들의 가치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게 진짜 ‘빈티지’의 가치다.
김정덕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