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 쓰고 삶이라고 읽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서점가를 강타했던 여행산문집 「끌림」. 청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지 못해 몸살이 나게 했던, 그 책이 출간된 지 올해로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저자는 그사이 더 부지런히 걷고 오래 헤맸다. 그리고 세 번째 책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이 마지막 여행산문집이길 바라며 온 애정을 담았다.
여행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인 것이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전 세계 100여 개국을 종횡무진 다니며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그 국내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다닌 곳이 서울·경기·충청·강원·경상·전라·제주. 그야말로 전국 8도를 넘나들었다. 산이고 바다고, 섬이고 육지고 할 것 없다.
그곳에서 저자는 사람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 혹은 어느 한 사람의 뒷모습, 그 사람이 남기고 떠난 발자국, 그런 것들을 몰래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 많았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사계절만큼이나 뚜렷하게 서늘했다 뜨거웠다 이내 차가워지기도 하는, 알록달록한 마음의 움직임으로 사랑도 삶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행들은 굳이 여행이라 명명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확장이며 연장선이라 보는 것이 낫겠다. 고개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주위의 풍경들, 평범하지만 그 안에 뭔가를 가득 담은 사람들의 표정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 담겨 있다. 허름한 시장통에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거나 작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들, 어느 시골 골목길에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똥강아지들이 읽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저 길을 걷다 자연스레 포착해낸 사진 속 앵글은 그래서 우리의 시선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연결된다.「내 옆에 있는 사람」에 수록된 사진의 절반 이상은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이는 투박하지만 구수한 된장찌개처럼 진한 사람 냄새와 여운을 더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작가가 떠났던 여행길에 동행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를 중간쯤 나가 마중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조금은 속을 들여다본 심정이 되고 만다.
정리 | 박소현 기자 psh056@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