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전망 “아리송하네”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2015년 하반기 기상도

2015-07-23     김은경·강서구 기자

2015년 상반기 한국경제는 메르스, 가뭄 등 의외의 변수에 휘청거렸다. 신흥국 경기둔화, 엔저를 비롯한 대외변수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엔 어떨까. 현재로선 ‘장밋빛 전망’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수출 경쟁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내수시장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믿음직스럽지 않다.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추경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올 하반기 경제를 내다봤다.

올해 우리 경제는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3%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망은 어둡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3.1%에서 2.8%로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국내외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3%대 중반) 아래로 조정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민간연구소로선 최초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췄고, 한국경제연구원(2.7%), 하나금융경영연구소(2.7%), LG경제연구원(2.6%) 등도 속속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중국 버블붕괴, 그리스 변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금리인상 등 휘발성 강한 변수가 수두룩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물론 정부는 여전히 큰소리를 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의 전제는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2조원대의 재정보강대책의 조기집행이다. 재정대책이 적기에 추진되지 않으면 ‘3%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 경제는 어떨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2분기 경제성적표를 냉정하게 뜯어봐야 한다. 2분기 경제상황이 2분기에 영향을 끼칠 공산이 커서다.  한국은행은 올 2분기 GDP 성장률이 0.4% 안팎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2.5% 대비 2%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부진한 성장률의 이유로 6월 가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돌발변수를 꼽았다. 지속적인 수출 감소세로 대외 부문 회복세가 약했던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제기된다.

이런 성장률 부진은 올 3분기에도 이어질 거라는 시각이 많다. ‘메르스 리스크’가 해소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불안감은 8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서다. 수출 감소세 역시 3분기에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글로벌 교역량의 둔화가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화가치의 상승세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상품수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1% 감소하면서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상품수출성장률이 지난해 2.3%보다 0.8%포인트 줄어든 1.5%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전셋값 상승 등에 따른 주거비 부담 확대도 소비침체를 견인하는 변수들이다. 게다가 정부의 추경 카드가 국내 실물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보탬을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그리스 사태, 중국 증시 폭락 등 대외 악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최근 한달새 30% 넘게 빠진 중국 증시의 격변은 분명히 이상징후다. 한은은 중국 증시 폭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증시 폭락이 실물경제로 이어질 경우,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대對중국 수출이 많은 우리로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중간 경제교역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 증시의 폭락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중국 내수 부진은 우리 수출수요에 직결되기 때문에 유의해서 중국 경제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일 유로존을 달구는 그렉시트(Grexit·그리스 유로존 이탈) 변수 역시 하반기 경제를 좌우할 만하다.

앞서 언급했던 미 연준의 금리인상 변수 역시 세계경제를 뒤흔들 공산이 크다.  이제 주목해야 할 건 국내 증시다.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변수가 올 3분기 작동한다면 한국 증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반기 특별히 좋아질 부분이 없다”며 “성장률로 보면 2% 초중반대의 저조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의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경제의 둔화 속도를 늦추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추경이 부진에 빠진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문제, 중국 증시 급등락,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여부는 하반기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상반기에 한번 이상 악영향을 줬던 이슈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소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엔 미국 금리 인상 논쟁이 불거질 것”이라며 “그 결과, 국내 증시는 조정을 거치겠지만 장기적으론 상승추세에 진입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국내경제는 저성장 기조 하에서 추경 등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메르스로 위축됐던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탄력적으로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늘 그랬듯, 2015년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경제를 뒤흔드는 변수를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진 신통치 않았고, 이게 또 다른 변수였다.
김은경·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