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판매한 유통채널 ‘강 건너 백수오 구경’

백수오 파문에 숨은 모럴해저드

2015-05-12     이호 기자

여성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를 갖고 있다는 백수오. 국내 대표적인 백수오 제품 생산 업체는 내츄럴엔도텍이다. 백수오호르몬제가 매출의 75.78%를 차지한다. 그런데 원료가 가짜란다. 판매한 홈쇼핑 업체를 비롯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공동보상안 마련까지 실패하면서 소비자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봤다.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홈쇼핑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전면적인 환불을 권고했지만, 최대 3000억원에 이르는데다 홈쇼핑 업체간 판매금액 차이가 커 환불규모 등에 대한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 결국 8일 홈쇼핑 6개사는 소비자원 권고에 따른 공동보상안 마련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개별 사업자별로 소비자 보호방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관계당국이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시 환불하기로 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현재 판매된 제품 중 고객이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분량에 대해서만 환불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TV홈쇼핑협회는 “현재 진행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백수오 제품 전수조사와 검찰청의 수사결과에 따라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될 경우 세부 환불기준 및 절차, 방법 등을 신속히 마련해 환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과 소비자단체들은 홈쇼핑 업체들이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질타에 나섰다. 이에 앞서 소비자단체 측은 환불은 당연하고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개별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증명하는 게 어려운 만큼,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환불 및 피해 보상을 하고 판매처와 제조사가 접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보상안 마련이 실패하면서 법적 대응과 공동성명서 발표 등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소비자원도 8일 “가짜 백수오 피해 보상안과 관련해 홈쇼핑사에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달라고 마지막까지 요구했지만, 홈쇼핑사들은 이번 사태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며 “홈쇼핑사들은 소비자 보상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논란은 지난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중인 백수오 제품 32개 중 실제 백수오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3개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핵심은 국내 31개 업체에 백수오 원료를 공급한 내츄럴엔도텍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 해당 업체는 식약처의 2월 검사 결과를 증거로 들며 “자사는 100% 백수오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민사 및 형사 소송도 제기했다.

진실공방은 식약처가 4월 30일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발견된 것. 업체는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소비자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민형사상 소송을 모두 철회하고 보관중인 백수오 원료 전량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물질 혼입 방지를 위해 농가 실명제 실시, 외부기관을 통한 유전자 검증 절차 도입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파장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제조사와 판매사가 피해 보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 식약처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질타는 이어지고 있다.
 
국민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에서 도출하지 못한 결과를 최종 소비자 측이라 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원이 밝혀낸 꼴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수거 원료 시점이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1차적인 품질검사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어 관리 운영이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관련 농가와 약재 시장도 한숨이 깊어진다. 백수오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졌고 이미 약재 시장에서는 거래된 제품까지 반품과 해약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충북도와 제천시는 ‘백수오 관련 유관기관·단체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진행중인 식약처의 백수오 제품 전수 점검 결과도 주목된다. 식약처는 지난 4월20일부터 백수오 제품을 생산하는 전국 식품 기업 256곳의 제품을 전수 점검 중이다.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가짜 백수오’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내츄럴엔도텍 제품에 이엽우피소(가짜 백수오)가 혼입된 경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수원지검 가짜 백수오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종범)은 7일 내츄럴엔도텍에 백수오 원료를 판매한 충북의 영농조합 관계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검찰은 A씨를 상대로 백수오를 어떻게 생산해 판매했는지와 내츄럴엔도텍과 거래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 한국소비자원의 성분분석과 별개로 성분분석을 의뢰했던 민간업체 관계자를 불러 분석결과 등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업체의 성분분석 결과도 소비자원의 성분분석 결과와 동일하게 나왔다”며 “내츄럴엔도텍이 문제가 된 가짜 백수오 원료를 쓴 경위를 밝히기 위해 전반적인 백수오 유통·제조과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애꿎은 제주산 ‘진짜’ 제품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는 도내 백수오 재배농가들의 피해방지와 “제주산은 농업기술원이 종자 보급한 진짜”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홍보에 나섰다.

농업기술원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제주 자생 백수오를 자체 증식해 종자와 종묘를 생산, 도내 농업인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제주테크노파크와 공동 연구를 추진해 기술원에서 재배한 백수오와 시중에서 시판하고 있는 이엽우피소를 구분하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감별방법과 그 키트’라는 특허를 2011년에 출원한 바 있다. 기술원은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구분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식지 않은 백수오 가짜 논란에도 불티

‘가짜 백수오’ 논란에도 소비자들은 가정의 달 선물로 여전히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부터 지난 6일까지 건강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2% 늘었다. 이 시기는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제품 10개 중 9개 이상이 가짜 백수오 원료를 사용한다고 발표한 직후다. 제품군 내에서는 건강즙과 건강환의 매출이 각각 160%, 67% 올랐다. 성분별로는 감마리놀렌산 제품이 155%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아연·마그네슘 제품도 111%, 밀크씨슬 제품이 109%, 녹차 추출물과 칼슘 관련 제품은 각각 90%, 64% 상승했다. 다만 글루코사민 성분 식품 매출은 12% 줄었다.

인터파크에서도 같은 기간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82% 상승했다. 반면 이마트는 같은 기간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7% 정도 감소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 대해 재조사 결과를 발표한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매출은 전주 대비 47% 성장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