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도 않았는데 도착했다더라
티머니택시 이용해보니…
2015-05-07 김다린 기자
“부르면 오는 택시, 약속을 지키는 택시.” 티머니로 유명한 한국스마트카드가 4월 21일 출시한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티머니택시’의 슬로건이다. 그런데 기자가 이용한 티머니택시는 불러도 한참 뒤에 왔고 배차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배차된 택시는 근처에 오지도 않았는데 앱은 ‘목적지에 하차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티머니택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족도 평가 부탁 드립니다.” 택시앱을 통해 승차 요청을 했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가 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국스마트카드의 택시앱 티머니택시의 얘기다. 유령을 태웠는지 이 앱은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기자에게 하차 완료 메시지를 보냈다.
4월 28일 오전 12시 정각. 티머니택시의 첫 느낌은 좋았다. 핀테크의 원조격인 티머니 브랜드가 신뢰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사용 안내에 따라 승차요청을 했다. 앱 화면 중앙에 있는 지도를 통해 기자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5~6개의 택시 아이콘이 보였다. 그중 한 아이콘을 터치하자 해당 택시 운전자의 이름과 차량번호가 나왔다. 목적지를 여의도 콘래드 호텔로 설정하고, 택시 요청을 했다.
그러자 ‘택시 요청 중’이라는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승차위치, 하차위치, 예상요금 등 정보가 떴다. 배차가 완료된 직후엔 ‘요청한 택시가 오는 중’이라는 문구가 제공됐다. 배차 예정시각은 7분. 배차된 택시가 오는게 보였다. “원래 근처에 오면 전화가 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기자가 혼잣말을 하는 사이 그 택시는 다른 사람을 태우고 홀연히 사라졌다.
해당 운전자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안심번호’ 시스템을 활용해 물었다. “티머니택시로 콜 요청했는데 다른 사람 태우고 그냥 가시네요?” 택시운전자는 “저는 티머니택시 이용 안하는데요”라고 답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넘어갔다. 지도에 확인되는 빈 택시도 많았고 배차가 금세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앱을 종료하고 다시 켰다. 예상대로 배차는 쉽게 끝났다. 도착 예상 시간은 13분. 서울 강서구 등촌역(9호선)에 있는 택시가 콜을 받았다. 기자가 있는 곳과는 4.2㎞ 떨어진 곳. ‘조금 멀리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차가 완료가 됐기 때문에 기다리기로 했다. 10여분이 흘렀다.
지도를 통해 보니, 배차 택시는 여전히 등촌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PS 오류겠거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메시지가 왔다. ‘승차가 완료됐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콘래드호텔로 이동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동경로가 화면에 나타났다. 구경도 못한 택시가 기자를 태우고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였다. 곧이어 하차 완료 메시지도 떴다.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타지도 않았는데 승차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고객센터 담당자는 “그럴 리가 없는데”라며 “운전자가 콜을 취소했다면 그럴 수도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상한 설명이었다.
배차가 완료된 상태에서 운전자가 콜을 취소했다면 ‘취소 메시지’가 떠야 한다. 기자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라며 이 앱에 세 번째 요청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기자는 네 번째 요청만에 택시를 탔다. 출시된 지 6일. 회사 측은 “시스템이 자리 잡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비도 안 된 앱을 이용하는 고객은 없다. 티머니택시, 갈길이 아직 멀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