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소문대로 ‘정권의 종’ 울렸나
감사원 감사 둘러싼 오해와 진실
2015-04-22 김정덕 기자
지난해 말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감사계획을 수립한 감사원이 지난 3월 25일 감사에 착수했다. 4월 3일 발표된 감사 이유는 이랬다. “2003년 이후 석유ㆍ가스ㆍ광물자원공사에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16개로 30조여원이 투자됐다. 앞으로도 30조여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의 대부분이 부실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 종합적인 성과분석이 필요하다.”
참여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총 3조3000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감사원의 발표는 이명박(MB) 정부에서 진행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타깃으로 삼은 셈이다. 감사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해외 현장 감사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자 일부에서 “감사원이 감사는 하지 않고 정치를 한다”는 주장이 튀어나왔다. 전에는 가만히 있다가 정권이 바뀌니까 눈치를 보며 전혀 다른 감사 내용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목적에 맞게 사업을 진행했는지, 권한과 책임에 맞게 경영을 했는지, 사업에 관련된 데이터들은 합리적인지, 수치가 조작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따져보고 문제가 있으면 항상 지적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2007년 ‘해외자원개발 추진실태’를 통해 부적정한 재정지원 방식과 불합리한 자금 운영을 지적했다. 성공불융자(해외자원개발 성패에 따라 융자금 감면이나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원리금 감면 여부를 객관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세부적 판정기준이 애매하다”며 “원리금 감면이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감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여 성공불융자 원리금을 감면받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적이 현실화된 셈이다.
2011년 ‘해외자원개발 및 도입실태’에서는 “일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개발 자원의 국내 도입을 고려하지 않아 당초 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원 도입이 되지 않는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보다 자원을 들여올 수 있는 사업을 하라는 거다. 당시 감사원은 외국계 에너지회사의 지분을 비싸게 사들인 석유공사 임직원의 문책(정직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외에 2012년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2013년 ‘공기업 주요사업 및 경영관리실태’ ‘에너지공기업 투자 SPC 운영관리실태’ 등을 통해 각종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감사원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다.
물론 2008~2010년 사이의 감사가 없다는 건 흠이다. 하지만 자원개발 사업은 그 특성상 최소 2~3년이 경과한 후에야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사원을 탓하기 힘들다. 결국 감사원의 지적에도 경제성 평가나 자주개발률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그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공기업의 CEO는 일반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결정해 임명하고, 이들 CEO는 임명권자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다. 감사원이 해당 사업의 재검토와 책임자 문책을 건의하지만 강제성도 없다. 대통령이 나서 철저한 감사를 지시하지 않는 이상, 먹이사슬로 따져 보면 공기업이 감사원의 윗선에 있는 구조인 셈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낙하산을 앉혀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