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달 위기에 몰린 별만 ‘7명’

방산비리수사, 어디까지 왔나

2015-04-14     김정덕 기자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 출범 이후, 방산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십명의 영관급 장교들이 조사와 함께 처벌을 받았고, 퇴역 장성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잘 되고 있는 걸까. 율곡비리가 터진 지 20여년 만에 감춰졌던 방산비리가 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는 한참 더 남았을지 모른다.

“제2의 율곡비리다.” 고구마줄기처럼 얽히고설킨 방산비리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율곡비리보다 최근의 방산비리가 더 심각할지 모른다. 1993년의 율곡비리는 20년간 장기집권한 군사정부가 막을 내린 후 등장한 문민정부가 작심하고 군대개혁을 하면서 터진 사건이다. 하지만 지금은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지 20여년도 더 지났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게 과연 정상일까.

지난해 11월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이후 기소된 예비역 장성만 7명에 달한다. 별을 달 위기에 몰린 ‘전직 별’이 10명에 육박한다는 거다. 이미 비리가 확실히 드러난 영관급 장교는 대략 40여명에 이른다. 더구나 현재의 방산비리는 소총에서부터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도입 분야에 퍼져 있다. 각종 부품ㆍ전투복ㆍ방탄복 납품비리는 물론 각종 군사기밀 유출ㆍ취업알선ㆍ공문서 위변조 등 그야말로 관피아의 종합판이다.

사실 2013년 2월 방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대가로 입찰정보나 군사기밀을 넘겨주거나 점수를 조작해준 방위사업청 현역장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을 때만 해도 방산비리는 그리 큰 사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해 9월 장보고함 개발사업에 억대의 뇌물이 오갔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그 심각성이 더해졌고, 지난해 3월 해군 차기 호위함에 짝퉁 부품이 버젓이 납품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다. 원전 짝퉁 부품도 모자라 군인들의 목숨 줄이 달린 군함 부품까지 엉터리로 납품되고 있어서다.

이후 방위력 개선사업에 관한 각종 입찰정보와 군사기밀이 매매돼 시장에 나돌고, 군 내부에 브로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게 속속 드러났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현장에 최신 구조함이라던 통영함이 선뜻 나서지 못한 이유가 결국 납품비리 때문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덕분에 방산비리 합수단도 출범했다. 

그리고 합수단은 고작 몇달 만에 상당히 많은 일을 해냈다. 공군 전투기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구입하지도 않은 부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한 사건, 야전상의 납품 비리 사건, 방산업체에 취업을 청탁한 사건 등을 줄줄이 터뜨렸다. 수년 전 수사망을 피해 도망쳤던 이들도 잡아들였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과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이 대기업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황까지 밝혀냈다. 심지어 최근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통영함 납품비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해 황 전 참모총장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현 정부와 합수단이 군피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날이 보도되는 사건에 비해 방망이가 약해서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통영함 납품비리에 깊숙이 개입했던 영관급 장교들은 군사법원에 구속기소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올 3월 실형이 선고되면서 다시 법정구속됐다. 민간의 법보다 더 엄격해야 할 군법이 제 식구를 감싸느라 물렁했던 탓이다. 민간기업 대표가 3~4년의 실형을 받는 판에 현직 장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지금까지 나온 게 방산비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군사정부가 끝난 지 20여년이 넘게 지나쳤다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