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그 무서운 운명

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대부⑥

2015-04-10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비토 콜레오네(Vito Corleone)는 막내 아들 마이클 콜레오네(Michael Corleone)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았다. 타고난 ‘깡패’로 일찌감치 가문의 후계자가 된 장남 소니(Sonny)나 심약하고 우둔한 둘째 프레도(Fredo)와 달리 마이클은 총명했기 때문이다. 비토는 범죄조직을 통해 축적한 막대한 부를 쏟아 부어 막내 마이클을 ‘정치거목’으로 키우려 한다. 자신의 대代에서 음지의 역사를 끝내고 다음 세대는 미국 주류사회로 진입하기를 소망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평범한 삶을 꿈꿨던 마이클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비토가 다른 조직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하면서 마이클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피아에 입문한다.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아들답게 마이클의 데뷔 무대는 매우 화려했다. 마이클은 아버지 비토를 공격한 배후세력 솔라조(Sollozzo)와 부패경찰서장 맥클러스키(McCluskey)를 아들과 조직의 이름으로 응징한다.
 

명문대학 졸업, 해군장교 복무, 무공훈장 등 양지의 ‘엘리트 코스’에서 쌓은 공든 탑은 살인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졌다. 케이와의 결혼도 포기했다. 대신 그는 음지의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마이클은 이탈리아 시칠리로 도주해 그 지역 마피아 보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스계 처녀 아폴로니아(Apollonia)를 만나 결혼도 한다. 그러나 아폴로니아는 마이클을 노린 차량폭탄테러에 희생된다. 그사이 뉴욕에서는 마이클의 형이자 가문의 ‘세자책봉’을 받은 소니가 무참하게 살해된다.

비토는 가업을 이어야 할 아들이 죽자 마이클을 미국으로 부른다. 뉴욕의 마피아들에게는 정치적 후원자를 제공하며 마이클의 신변을 보장받는다. 가업을 물려받은 마이클은 케이를 다시 찾아 청혼한다. 케이는 “네가 너의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며 결혼을 거부한다. 마이클은 항변한다. “나의 아버지가 하는 일은 다른 권력자가 하는 일과 같다. 똑같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뿐이다.” 마이클은 아버지 비토 콜레오네의 ‘범죄사업’을 혐오했다.

그러나 자신이 그 조직에 가담하면서 그 사업을 합리화하려 한다. 케이는 “다른 권력자들은 너의 아버지처럼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며 마이클의 대답에 어이없어 한다.  마이클은 케이를 다시 설득한다. 그는 “아버지의 시대는 갔다”며 “5년 안에 이 사업을 완전히 합법적인 사업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한다. 당시 마이클이 케이에게 약속한 개혁은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이클과 케이는 그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한다. 마이클이 전도유망한 엘리트에서 음지의 마왕이 돼 가는 걸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서로 자신들을 위로해가며 결혼한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