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지배하는 시대 열린다”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부회장
2015-04-09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과거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지배했다면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그래서 사물인터넷(IoT)이 중요합니다. 과거 SF 영화에 등장했던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 지금 현실의 세계에서 다 구현되고 있어요. 상상이 기술보다 먼저라는 거죠.” 이홍구(58) 한글과컴퓨터 부회장은 “상상하는 게 소프트웨어라면 그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게 하드웨어로 고객 가치와 미래의 세계를 상상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지만 하드웨어 제조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년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2015년까지 소프트웨어로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한컴을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대표로 부임한 2010년 한컴의 매출액은 473억원이었다. 그후 그의 재임 중 매출액은 61%, 영업이익은 146% 성장했다. 관계사 수는 한컴 포함해 10개로 늘었다. 그가 CEO를 맡기 전 10년 간 한컴은 대표가 무려 아홉번 바뀌었다.
✚ 대표 취임 후의 정량적ㆍ정성적 성과에 대해 어떻게 자평합니까?
“5년 후 1000억원이라는 목표 매출액에 대해 당시 일부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올해 1000억원에 거의 육박할 거로 봅니다. 말하자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죠. 한컴 하면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다수가 제품을 써 본 회사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부침을 겪다 보니 왜 저렇게 헤매나 하고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짜증스러워 했습니다. 직원들의 사기도 너무 낮았고요.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자긍심도 심어줄 겸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끄는 맏형으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도 하는 존경 받는 기업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었습니다. 5년 후인 2020년엔 또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기업이 돼 있을 거로 확신합니다.”
국민이 자부심 느껴야 존경 받는 기업
✚ 존경 받는 기업이란 어떤 회사인가요?
“이 사회에 가치를 제공할뿐더러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기업이죠. 우리가 주관하는 국제 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 우리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우리문화지킴이’가 주관하는 ‘훈민정음 국보 1호 지정 서명운동’은 한컴이 하는 사회적 기여 활동입니다.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존경 받는 기업이 되어 있지는 않겠지만 이런 활동이 쌓이다 보면 우리 회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해 지겠죠.”
✚ 5년 단위로 목표를 설정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절대적 의미는 없어요. 지난 5년과 대비하는 의미? 또 종합적인 평가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려면 5년 정도의 기간이 적당합니다. 어쨌거나 새로운 5년 한컴은 지금보다 훨씬 빨리 성장할 거고, 무엇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강한 오피스라는 알을 깨고 나와 비상을 준비할 겁니다. 5년 전 90%였던 오피스의 포션은 2~3년 안에 50% 이하로 떨어질 거예요.”
✚ 한컴 비상의 동력이 될 이른바 신수종 사업이 뭔가요?
“IoT, 핀테크, 음성 인식 이 세 분야에서 나올 겁니다. 핀테크 분야의 경우 태스크포스를 사내에 만들어 시장의 수요가 있고 미래지향적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 중입니다. 핀테크는 보안도 중요한데 한컴 그룹의 보안 회사인 소프트포럼이 맡을 겁니다. 한컴이 오피스처럼 개인 및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라면 우리가 7개월 전 인수한 MDS테크놀로지는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입니다. 이 세 회사가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을 벌일 때 시너지를 낼 거예요.
✚ 올해 사업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기존 오피스 부문은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유지할 겁니다. 모바일 쪽에서는 진정한 챔피언으로 등극하고, 2분기에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할 거예요. 한컴의 고유한 솔루션은 물론 다른 중소기업의 솔루션까지 클라우드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겁니다. 공간과 시간, 기기의 제약에서 벗어난 오픈 플랫폼의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으로 한컴의 고유한 강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신수종 사업인 IoT, 핀테크, 음석인식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연내에 보여 줄 거예요.”
✚ 클라우드 서비스를 둘러싸고 보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겠습니다.
“일부에서 피상적인 불편함이랄까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전문 보안 기업인 소프트포럼이 참여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 한컴 오피스 2014 뷰어가 갤럭시S6(엣지)에 기본 탑재된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메모리 사이즈에 차이가 있어 탑재라기보다 갤럭시S6에 맞게 특화해 탑재한 거라고 할 수 있죠. 삼성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내장된 브랜드이자 제품이기에 앞으로 우리가 해외 마케팅을 할 때 훨씬 유리할 거로 봅니다. 100개국 이상에 우리 제품을 홍보하는 셈이니까요.” 그는 현재 8%인 해외 매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2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해외에서 한컴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겁니까?
“해외 고객은 먼저 나간 씽크 프리를 더 많이 알아 PCㆍ모바일용 오피스는 한컴, 클라우드 웹 오피스는 씽크 프리를 쓸 겁니다. 다만 올해 CI(기업 통합 이미지)와 BI(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는데 3분기엔 계속 투 트랙으로 갈지, 아니면 일원화로 갈 건지 최종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 연구개발에 매출액의 몇 %나 투자합니까?
“37~38% 수준입니다. 제조업체라면 상상도 못할 만큼 큰 비중이죠.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대부분 20~30% 정도일 거예요.”
✚ 넷피스의 경쟁력을 구글 드라이브와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가요?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우리의 개발력이 구글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구글 제품보다 훨씬 우수한 최신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한컴의 비전이 뭔가요?
“소프트웨어 산업의 글로벌 리더입니다. 오피스의 울타리를 넘어 고객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는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 한국이 소프트웨어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보나요?
“소프트웨어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을뿐더러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습니다.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이르는데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보다 우수하고요. DNA 면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길게 내다보면 이래저래 우리가 할 만한 산업이에요.”
✚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요?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려면 우수한 사람이 들어가야 합니다. 더욱이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소프트웨어 산업은 고용유발계수가 제조업의 5~7배입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모이게 하려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성공 신화, 롤 모델이 많이 나와야 돼요. 그래야 매력을 느끼고 들어가죠.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확률적으로 더 많은 성공 사례가 생기고 그렇게 해서 일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겠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각자 자기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결국 생태계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 개발자가 산업의 주역이 될 겁니다. ‘사농공상’이 뒤집혔듯이 개발자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거예요.”
✚ 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요?
“정부가 스타트업 기업에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푸시 모델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이들 기업이 생산한 신제품을 사 주는 용감한 선의의 구매자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물건이 팔리고 이들 기업에 대한 민간의 투자가 이루어지죠.”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