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키스, 그 미학적 연결점

키스 미 데들리(Kiss Me Deadly)

2015-03-24     박지원 인턴기자

영국 출신 작가 사이먼 몰리의 개인전 ‘키스 미 데들리(Kiss Me Deadly)’가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갤러리바톤에서 4월 11일까지 전시된다. 전시 타이틀 ‘키스 미 데들리’는 1995년 할리우드 고전 누아르 영화로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캔버스 위에 천천히 드러나는 텍스트와 이미지다. 작가가 수집한 정치ㆍ심리ㆍ문학ㆍ철학ㆍ종교서적에서 발췌한 텍스트는 ‘아메리칸 타이프라이터(American Typewriter)’ 서체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돼 있다.

주변보다 한톤 밝은 색조의 양각(모티브를 주위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기법)으로 표현,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텍스트가 적혀 있는 캔버스는 약한 색으로 뒤덮여 있다. 흥미롭게도 캔버스 위의 텍스트와 색은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을 구현한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발견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워낙 희미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불명확함 때문에 묻혀 있거나, 억압 탓에 갈수록 희미해지는 그 어떤 것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희미한 키스 모습에 자신의 의도를 심은 셈이다.

작가는 이런 키스를 ‘미학적 연결점’의 고리로도 활용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수납장으로 만든 비디오 설치작품 ‘핍쇼(Peep Show)’를 통해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키스하고 있는 두 배우 킴 노박과 제임스 스튜어트를 360도 회전하며 찍은 장면으로 유명하다. ‘키스’라는 주제를 캔버스와 영화에 관통시킨 것이다. 사이먼 몰리는 5년 동안 한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물인 ‘키스 미 데들리’전은 지적ㆍ감성적 자극에 대한 시각적 결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인턴기자 jw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