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도 못가본 길 걸으련다”

김범석 쿠팡 대표

2015-03-25     김미선 기자

서비스 론칭 4년 만에 연간 거래액 2조원 돌파. 이마트몰 물류센터보다 더 많은 상품 보유, 4억 달러 투자유치 성공. 이보다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인 소셜커머스가 있을까. 한국자본으로 설립된 ‘쿠팡’의 이야기다. 이 회사 김범석(38) 대표는 “아마존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3월 17일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쿠팡 기자회견 직후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3월 17일 김범석 쿠팡 대표가 3년 만에 공식 언론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열기는 뜨거웠다. 공식 기자회견과 Q&A 시간이 끝난 후 수십명의 기자가 그를 둘러쌌다. 그럴 만도 했다. 2010년 서비스를 론칭한 쿠팡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셜커머스로 성장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 유명 투자사들로부터 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인재뿐만 아니라 아마존ㆍ알리바바맨도 영입했다. 김 대표는 “아마존을 뛰어넘는 한국형 다이렉트 커머스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무슨 말인가.
“아마존은 상품을 직접 매입한다. 이를 최첨단 자체 물류센터에서 판매하고, 미국 전역에 배송한다.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상품매입부터 배송까지 관여하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형태의 다이렉트 커머스다. 우리는 한국형 다이렉트 커머스를 준비 중이다.”

✚ 한국형 다이렉트 커머스는 뭐가 다른가.
“아마존은 외부 배송업체와 손잡고 배송망을 구축했다. 우리는 배송까지 전담한다. 쿠팡맨이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다.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아마존도 하지 못하는 분야다.”

✚ 좀 더 자세히 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난해 3월 쿠팡맨 서비스를 론칭했다. 전국에 7개 물류센터를 두고 자체 배송을 하고 있다. 배송트럭은 1000여대, 배송기사는 1000명 정도다. 이들은 전국 6개 권역을 커버하고 있다.”

✚ 자체 물류센터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7개 물류센터 면적을 합치면 광명 이케아 매장의 3.5배 정도다.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한 인천 물류센터가 완성되면 약 5.7배 규모가 된다.”

✚ 물류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 상품수(SKUㆍ재고 관리 단위)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100% 직매입한 상품을 자체 물류센터에서 관리하고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취급 상품수는 계속 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상품수를 밝히는 건 의미가 없다.”

✚ 이마트도 경기도 용인 보정에 이마트몰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이와 비교한다면.
“이마트보다 많은 상품수를 취급한 건 오래 전 일이다.”

✚ 지속가능한 혁신을 하겠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2시간 배송 서비스인가.
“맞다. 올 상반기 일산 지역에서 2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단은 모바일을 통해 육아용품을 주문했을 때만이다.”

2시간 배송서비스 시범운영

✚ 시범사업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2시간 배송을 위해선 출고시간 단축부터 배송까지 신경 쓸 게 많다. 더 많은 고민과 투자가 필요하다.”

✚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를 론칭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우리의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소비자 니즈에 가장 부합하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2시간 배송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 일종의 린스타트업(Lean startupㆍ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든 뒤 시장반응을 통해 제품개선에 반영하는 전략) 방식을 쓰는 것 같다.
“맞다. 린스타트업 철학과 통한다.”

✚ 지난해 4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회수조건 등 특별한 조건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원활한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에 세운 홀딩컴퍼니 포워드벤처를 통해 투자금 전액(4억 달러)을 받았다. 자본투자(에쿼티 투자)로 신주발행 형태로 진행됐다.”

✚ 대규모 투자유치로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할 거라는 얘기도 있던데.
“아니다. 경영권은 100% 보장 받았다.”

미국 내 상장계획은 없나.
“기업상장(IPO)이 증자 방법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IPO는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현재까지 IPO 계획은 없다.”

✚ 지난해 쿠팡는 얼마나 투자를 했는가.
“1500억원 정도다.”

✚ 4억 달러를 투자받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 같은데.
“아마존은 다이렉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19조원을 투자했다. 우리는 아마존이 하고 있지 않은 것까지 하고 있다. 이런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포털서비스 바이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자본으로 컸다. 한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기업에 이런 투자가 이뤄진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 하지만 배송직원까지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5500여명을 고용한 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기적인 수익만 생각했다면 5000명 이상 고용할 수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혁신이다. 우리의 목표는 사회와 생활을 바꾸는 혁신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반도체 사업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이는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됐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나.”

“경영권 잃을 가능성 제로”

✚ 경쟁상대가 있나.
“경쟁은 두렵지 않다. 우리가 두려운 건 ‘고객의 실망’이다. 우리 목표는 단 하나다. 고객들로부터 ‘쿠팡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듣는 거다.”

✚ 경쟁상대가 없다는 얘기인가.
“우리는 경쟁에 몰입하기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쟁을 두려워하는 회사가 잘되는 걸 본적이 없다. 물론 경쟁사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올 수 있다. 우리보다 고객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업체라면 경쟁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상품수, 그리고 서비스(고객경험) 두가지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회사만이 우리의 경쟁사가 될 수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