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발전 기여 vs 정부 상대 사기
Weekly Good & Bad | 현정은 회장과 이규태 회장
국가의 발전에 기업, 특히 재벌의 협력과 참여는 큰 힘이 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남북간 화해와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 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반면 사업비를 부풀려 정부예산을 가로챈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연예계 스캔들에 이어 방산비리, 자금세탁 의혹까지 줄줄이 껍질을 벗고 있다.
Good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유동성 잡은 ‘현대의 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4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금탑산업훈장은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등급의 훈장이다. 현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이다. 2003년 남편이던 정몽헌 현대아산 전 회장 타계 이후 2003년 10월 21일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취임 초기 그룹에 퍼진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그룹 규모도 성장시켰다. 현대그룹의 매출은 현 회장 취임 당시인 2003년 5조5000억원에서 2013년 11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이 증가했다. 그룹 자산은 8조4000억원에서 30조4000억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특히 현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개척하고, 정몽헌 전 회장이 초석을 다진 남북경협사업을 이어 받아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이날 “개인적으로는 시아버지이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받은 상을 저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정주영 회장께서 온몸으로 열어놓은 금강산 관광이 7년째 답보 상태라 송구한 마음을 가출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비엔그룹ㆍ대선주조 명예회장)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조 회장은 지난 39년간 조선기자재 산업에 종사하면서 부품 국산화는 물론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보여 왔다. 비엔그룹은 선박 내부 벽체, 천장 패널 등 세계 1위 제품을 4개나 보유하고 있다. 세계일류상품도 7개에 달한다. 조 회장은 “남은 인생도 지역과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헌신할 것을 명령하는 것으로 이 상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스캔들에 비리의혹까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정부 예산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14일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은 2009년 5100만 달러(약 570억원) 규모의 전자전훈련장비(EWTS) 사업비를 9600만 달러(약 1000억원)로 부풀려 방위사업청의 예산 4600만 달러(약 510억원)를 더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애초 사업물량을 부풀려 계열사로 빼돌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합수단은 판단하고 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빼돌린 자금이 공군이나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에게 로비자금으로 흘러갔는지를 추적할 계획이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터키 하벨산사社와 방위사업청 사이의 EWTS 도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하벨산사의 하도급을 받은 SK C&C가 일광공영 계열사에 재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뒤 채점 장비 개발 등 500억원대 협력사업 물량은 SK C&C에 넘어갔고, 이 중 40%가 이규태 회장 차남이 운영하는 2개 회사를 거쳐, 이 회장 측근의 회사로 넘어갔다. 합수단은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의 두 아들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옛 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받는 ‘불곰사업’을 추진하면서 중개수수료 등 800만 달러(약 90억원)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최근엔 일광폴라리스 소속사 연예인 클라라와 계약분쟁이 불거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회장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군피아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