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노리는 그놈의 목소리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2015-03-19     강서구 기자

은행 직원이 직접 전화를 한다. “고객님 통장에 돈이 잘못 입금됐어요.” 어쩔텐가. 여기까진 약과다. 학교 선생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한다. “아이가 등교를 안했어요.” 한술 더떠 아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다.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를 보고 싶으면 돈을 입금하라.” 자, 이제 어쩔텐가. 거짓말이라는 걸 생각할 틈도 없이 우리는 덫에 걸릴지 모른다. 그놈의 목소리, 보이스피싱이 무서워지고 있다.

자신을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빠꼼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조용히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당신이 이용하는 주거래은행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런 내용이다. “고객의 실수로 2000만원이 당신의 통장에 입금됐다.” 은행직원은 입금된 시간과 지점까지 알려주며 통장을 확인해 보라고 안내한다. 설마 보이스피싱? 당신은 코웃음을 치면서 통장을 확인할 거다. 그런데 웬걸. 진짜로 2000만원이 떡하니 입금돼 있다. 은행직원이 알려준 시간과 지점도 일치한다. 당신은 그제야 ‘의심의 눈초리’를 걷어낸다. 그리고 은행직원이 친절하게 말해준 계좌로 2000만원을 송금한다.

그로부터 얼마후. 은행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한꺼번에 많은 돈이 출금돼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걸어왔단다. “아차!” 뒤통수가 시큰할 무렵, 당신은 알아챈다. “보이스피싱에 당했구나.” 범인은 당신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을 받고, 그 돈을 당신의 계좌에 넣어놨다. 그 돈을 당신이 범인에게 고스란히 전달한 것이다. 어떤가. 당신은 보이스피싱의 덫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보이스피싱이 당신을 노리고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