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함박웃음’ 농축산물 ‘눈물’
한미 FTA 발효 3주년 성적표
2015-03-18 이호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3주년을 맞았다.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수출실적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농축수산물이다. 수출은 8억 달러인 데 반해 수입은 80억 달러나 됐다. FTA로 인한 수출효과가 대기업에 집중된 것도 한계로 꼽힌다.
대미 수출도 매년 증가했다.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585억 달러로 4.1%로 늘어난 데 이어 2013년 621억 달러(6.0%), 지난해 703억 달러(13.3%)로 꾸준히 늘었다. 주요 수출국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과 일본의 대미 수출증가율이 각각 0.4%, 7.2%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우리나라의 전세계 교역규모 증가율은 2.1%다.
대미 수출증가를 이끈 주역은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부품 등이다. 자동차의 대미 수출실적은 2011년 89억 달러에서 2013년 124억 달러로 증가한 후 지난해 1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의 수출실적도 2011년 50억 달러에서 지난해 66억 달러로 7.2% 성장했다. 철강관 및 철강선, 철강판은 각각 41.7%, 66.6%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석유제품은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수요가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입량은 전년 대비 9.1% 늘어난 452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FTA 발효 이후 마이너스 증가율(2012년 -2.8%, 2013년 -4.2%)을 보이다 지난해 플러스로 반전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식물성 물질, 석유제품 등의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중 옥수수·사료 등 식물성 물질은 136.3%, 석유제품은 324.7% 늘어났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도 증가했다. 2011년 23억 달러에서 2012년 36억7400만 달러, 2013년 35억2500만 달러, 지난해엔 36억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은 전년 대비 55.6% 줄어들었다.
FTA 수출활용률, 대기업 수혜
서비스업에 직접 투자된 규모는 지난해 29억8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금속제조업·화공 등 업종에선 미국의 투자가 늘어났지만 섬유와 직물, 전기·전자 업종에선 감소세를 띠었다. 지난해 농수산물 수출은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농산물 12.0%, 축산물 3.2%, 임산물 19.0%의 증가율을 보였다. 대미 농수산물 수입은 쇠고기(32.3%), 돼지고기(28.7%) 등의 증가폭이 커지면서 전년 대비 30.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바닷가재(랍스터) 수입의 급증이다. 미국산 바닷가재는 2011년 79만5000달러에서 2014년 4100만 달러로 증가율이 연평균 272.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도 경쟁국인 일본과의 미국시장 점유율 격차를 2.74%포인트까지 좁혔다. 역대 최저 격차다. 한국무역협회에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FTA가 발효된 2012년 2.59%에서 지난해 2.97%로 상승했다. 이는 2004년 3.14%를 기록한 뒤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의 대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약세로 한국 제품 가격 경쟁력이 하락했지만 점유율 격차는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FTA가 발효되면서 수출활용률도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미 FTA 수출활용률은 76.2%로 FTA 전체 수출활용률 69%보다 높은 편”이라며 “초기부터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높은 수준의 활용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다. 문제는 대기업의 수출활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2013년 69.8%에서 2014년 69.2%로 0.6%포인트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이 한미 FTA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