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45.7cm 유지? 입냄새 없애야
조선미 원장의 매너 Teeth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통해 친밀감의 척도를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45.7cm 미만은 ‘친밀한 거리’, 45.7~120cm는 ‘개인적 거리’, 120~370cm는 ‘사회적 거리’, 그리고 370cm를 초과하면 ‘공식적인 거리’라는 것이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한다. 특히 업무상 많은 미팅과 회의, 거래처 사람들을 마주하는 직장인들은 1m 미만의 거리에서 대화해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입 냄새가 난다면 대화 자체를 꺼리고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 부담을 느낀다.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이다.
손등에 침을 묻혀 냄새를 맡아보거나 컵에 숨을 뱉은 뒤 그 냄새를 확인하면 된다. 좀 더 정확한 측정을 원한다면 치과를 방문해서 ‘할리미터’라는 입 냄새 측정기로 진단할 수 있다. 할리미터는 숨을 내쉬었을 때 그 안에 구취유발 물질의 함유량이 얼마나 있는지를 분석해 입 냄새의 정도를 파악하는 장비다.
입 냄새의 원인은 다양하다. 축농증이나 비염, 편도결석,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당뇨 등 전신 질환으로 인해 입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입 냄새의 90%는 구강위생이나 치과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본인이 입 냄새가 난다고 판단되면 우선 양치질을 할 때 치아뿐만 아니라 잇몸과 혀 안쪽까지 닦아내야 한다. 혀 안쪽에 하얗게 낀 설태는 입 냄새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칫솔로 제거하기 어렵다면 설태 제거기를 사용해야 한다.
충치나 치주 질환이 문제라면 적절한 치과 치료가 입 냄새 완화에 도움이 된다. 충치로 치아가 부식됐거나 불량 보철물로 인해 음식물이 잔류돼 있다면 구취를 유발한다. 또한 치주 질환으로 잇몸에서 고름이나 피가 나는 경우 잇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입 안이 건조한 경우에도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물을 자주 마시거나 입 안을 헹구기만 해도 입 냄새 예방에 효과적이다. 담배는 침 분비를 줄어들게 하고 구강건조를 유발한다. 치태와 치석이 잘 생기도록 한다. 커피의 성분 중 카페인은 입 안을 약산성으로 만들어 각종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준다. 그러므로 본인이 입 냄새가 난다고 여겨지면 담배와 커피는 줄이는 것이 좋다.
껌은 입 냄새를 임시방편으로 가려주지만, 오히려 껌에 포함된 설탕은 충치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자일리톨은 세균이 분해할 수 없는 당분이어서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되나 시판되는 제품은 이 성분의 함량이 낮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밖에 구강 양치액(세정제)은 입 냄새 제거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입 안 세균 환경에 불균형을 일으키거나 치아 변색을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이 들어있는 제품은 시원한 느낌은 강하지만 입 안이 건조해져서 시간이 지나면 입 냄새가 더 날 수도 있다.
입 냄새는 대인관계에 벽을 만들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신이 입 냄새가 나는지 여부를 알고 전문의의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은 구강위생관리(정확한 칫솔질)와 생활습관 개선, 적절한 치과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없앨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