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과 약점의 혼재 ‘미완의 부활’
일본 조선업 현주소
2015-03-13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본은 20세기 후반 세계 조선산업 분야에서 1위를 달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조선산업은 쇠퇴했지만 일본은 용접 공법의 혁신을 이뤄내며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2000년 대 중반이 되자 한국과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쟁쟁한 경쟁자로 나서면서 일본의 실적은 악화됐다. 조선업이 가장 호황을 맞았던 이 시기, 일본은 한국은 물론 당시 신흥국이던 중국에까지 밀리며 수주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20세기말 점유율이 40%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몰락한 셈이었다.
그동안 개발된 산업의 결과물을 정리해 표준설계를 채택한 표준선박을 개발했다. 기존엔 선주들의 요구에 의해 설계가 이뤄졌지만 이때부터는 조선업계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표준선형을 팔았다. 이는 설계비용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나름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구조조정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매서웠다. 연구개발을 퇴출시키고 수십년간 새로운 선형을 개발하지 않은 건 일본 조선업계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세계 해운시장의 대형화 추세에 착실히 적응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시장점유율이 급락해 중국에도 자리를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엔저정책으로 높아진 가격경쟁력
이런 일본 조선산업이 부활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베 정권이 단행한 엔저정책 덕분이다. 엔저정책이 본격화한 2012년 이후 엔화 가치가 최근까지 35%가량 하락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인수·합병(M&A)을 통해 JMU, 이마바리 조선 등 대형 조선소를 탄생시켰고 최근에는 대형·중소형을 가릴 것 없이 선형개발을 시작했다. 중소선박 위주로 재편됐던 일본 조선업은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한 도크건설에 투자를 단행하는 등 한국 대형조선소와의 전면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근본적 경쟁력보단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 조선업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 조선업계에 부담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조선업의 한계는 아직도 뚜렷하다. 설계·R&D 인력이 충분하지 못하고, 선주들의 설계변경이 쉽지 않다는 약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엔저정책이 수정되더라도 일본 조선업이 활력을 잃지 않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flydon@koreaexi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