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의 이상한 스타마케팅

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2015-03-06     이병진 고문

‘배상문은 올 10월 열리는 프레지던츠컵(한국), 내년 열리는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모친이나 변호사의 논리는 과장이다. 골프는 변수가 아주 많아 대회 직전에도 불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마케팅은 시쳇말로 장사다. 장사는 혼자하거나 동업, 직원을 고용해 진행하는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시대 스포츠, 특히 개인스포츠에선 옛날처럼 기량이 월등하다고 성공할 수 없다.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스포츠 선수가 마치 구멍가게 사장처럼 모든 걸 혼자할 순 없다. 큰 조직에 소속돼 마케팅을 지원받는 게 당연히 좋다.

프로골퍼 매니지먼트의 업무는 스타라는 상품을 제조ㆍ유지하는 것이다. 의상, 인터뷰 내용, 표정, 평상시 행동 등 모든 것을 통제ㆍ관리한다. 매니지먼트사는 어느 것 하나 자기 것이 없는 새로운 인간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선수에겐 돈과 명예를 주고, 자신들은 수익을 챙긴다. 한국 여자프로골퍼의 매니지먼트사는 대부분이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남자 프로골프 간판스타 배상문의 최근의 사태는 마케팅 측면에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병무청은 배상문을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한 후 1월까지 귀국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배상문은 미국 PGA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변호사를 통해 “입대시기를 늦춰달라”며 법원에 신청을 냈지만 각하돼 대구지법에 항고한 상태다. 황당한 것은 이런 대처를 마케팅 회사나 매니저가 아닌 배상문 개인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말 불거진 ‘배상문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는 대부분은 그의 모친으로부터 나온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는 매니저를 두지 않았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장 예민한 사안이 병역문제. 선수가 아니더라도 공직자 청문회에서 1순위로 다루는 게 병역이다. 올해로 만 29살이 된 배상문으로선 더더욱 심각하게 대처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배상문은 지난해 국내에 133일 머물렀었다. 병무청 관계자와 상의하면 얼마든지 대처방안을 모색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이 기간에 국내 대회는 딱 2개만 참가했을 뿐이다. 더군다나 최종시한인 지난해 12월말이 다 되도록 가만히 있다가 여론에 호소하는 모습 또한 어이가 없다.

이 시대 스포츠 스타마케팅의 기본이 돼 있지 않다. ‘배상문은 올 10월 열리는 프레지던츠컵(한국), 내년 열리는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모친이나 변호사의 논리 역시 과장이다. 골프는 변수가 아주 많아 대회 직전에도 불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배상문은 2월 현재 세계랭킹 70위권. 프레지던츠컵에 참가하는 선수 중 80%는 세계랭킹 30위 이내다.

일부 보도와 달리 배상문이 프레지던츠컵에서 주역이 되기 어려운 이유다.  덧붙여 프레지던츠컵 개최가 한국남자프로골프 중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골프계가 기대하는데, 아무리 여러모로 분석해봐도 황당하다. 리우올림픽에서도 배상문이 활약해 한국이 메달을 딴다? 세계랭킹 1위부터 20위 이내를 30% 이상 점령하고 있는 여자라면 모를까, 필자 예상으로는 확률 제로다.

골프 분야에서 스포츠 마케팅이 실시된 효시는 1996년 삼성물산이 박세리를 위한 ‘세리팀’을 구성한 것이다. ‘세리 마케팅’ 이후 여자골프의 스타마케팅은 단단하게 정착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자골프 부문의 스타마케팅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그 방식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배상문에서 보이듯 선수가 경영ㆍ회계ㆍ홍보ㆍ영업을 혼자 하고 있는 식이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