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업 中企적합업종 선정 ‘빛좋은 개살구’ 논란

대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게 상생협약?

2015-03-02     김정덕 기자

문구소매업ㆍ원두커피 등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월 24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제33차 회의를 열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 품목 51개와 적합업종 신규 신청 5개 품목에 대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이날 51개 재합의 품목 중 원두커피 등 37건, 신규 신청 14개 품목 중 문구소매업을 비롯한 3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의결한 품목(재지정 12개, 신규 2개 품목)을 포함하면 적합업종은 총 54개 품목이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원두커피 품목은 B2B(기업간거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은 포함되지 않는다. 문구소매업은 대형마트의 사업 축소를 권고하기로 했다. 적합업종 품목은 3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 등이 권고된다. 시장감시 품목은 이날 지정된 4개 품목을 포함해 부동액, 부식억제제, 아연분말, 기타플라스틱용기, DVR 등 총 7개 품목이다. 시장감시 품목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해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문제 발생시 적합업종으로 재논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걸리, 세탁비누, 자동차제조부품 등 10개 품목은 대ㆍ중소기업간 상생협약을 맺기로 했다.

지금까지 상생협약으로 지정된 품목은 총 21개다. 하지만 문구점 업계는 동반성장위의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연합회)는 2월 26일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대ㆍ중소기업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합의도 된 적이 없다”며 “적합업종 권고안은 대기업의 요구만을 수용한 편파적인 결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적합업종 신청 이후 1년의 세월 동안 조정협의체에서 보여준 대형마트의 무성의한 태도와 동반위의 업무 진행상의 문제점, 편파적인 실태조사 등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며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문구소매점의 적합업종 추진논의를 조속히 마무리 지으라는 요구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동반위 담당자의 전언을 통해 대형마트 측은 권고안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강제성이 없어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재안마저도 자율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동반위에 알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그럼에도 24일 동반위는 우리의 의견을 무시한 채 대기업의 요구대로 자율적으로 시행한다는 문구를 채택했다”며 “애초에 동반상생의지가 없었던 대형마트에 빛좋은 개살구식의 안을 만들어준 동반위의 일방적 발표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