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양수는 왜 철퇴 맞았나
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2015-02-23 김우일 대우M&A 대표
중국의 유명한 고사가 있다. 삼국지의 위나라 조조에게는 ‘양수’라는 똑똑한 전략가가 있었다. 조조가 어느 재상의 새로 지은 집을 방문하고는 대문에다 ‘활活’이라는 글자를 써고 떠났다. 집 주인인 재상은 무슨 뜻인지 궁금해 양수에게 물었다. 양수는 얼른 그 재상에게 집의 크기를 줄이라는 조조의 속마음을 전해줬다. “대문에 ‘활’이라고 쓴 것은 ‘광활한 활闊’을 뜻합니다. 집이 지나치게 크다는 의미죠.” 재상은 집을 얼른 팔았고 그 얘기를 들은 조조는 양수의 똑똑함에 기가 찼다 한다.
이를 전해들은 조조는 양수의 똑똑함에 혀를 내두르면서 경계를 했다고 한다. 유비와 한중쟁탈전을 벌이던 어느날, 조조는 군호를 ‘계륵’이라고 지었다. 이를 들은 양수는 ‘유비와 벌이는 전쟁이 애매해졌다’는 조조의 속마음을 읽고 군대의 철수를 미리 준비시켰다. 하지만 조조는 이번엔 크게 노했고, 양수를 죽여버렸다. 양수의 똑똑함을 본 조조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두번째엔 경계를 했으며, 세번째엔 칼을 휘두른 셈이다. 이 고사는 똑똑함을 지나치게 과시하면 득보다는 해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똑똑하다는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응용할 줄 안다. 또 주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수집된 자료를 현명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일 잘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똑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일 처리 능력은 하늘과 땅차이다. 때론 기업경영의 존망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직원채용, 승진심사 때 가장 먼저 판단하는 게 ‘똑똑하냐’인 것이다.
리더 입장에서 똑똑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똑똑함을 잘 활용하면 혁신적 도약을 끌어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똑똑함은 넘치면 위험해진다. 똑똑함을 과시하면 질투가 싹을 트고, 심하면 ‘파벌’까지 형성된다. 그러면 ‘모난 정이 돌을 맞는다’는 옛말처럼 리더의 숙청대상에 오른다. 조직도 똑똑한 인재를 잃어버리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똑똑함은 반드시 ‘업무처리 과정’에 스며들어야 한다. 개인 능력으로 치부되고 포장된다면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똑똑함은 두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과시용이요, 둘째는 은둔형이다. 당신은 어떤 똑똑함을 선택하겠는가. 답은 간단하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