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상인들 “희망 사라지고 빚만 남았다”
김포공항아울렛 상인들의 눈물
지난 1월 21일, 김포공항 아울렛. 이곳에선 1월 13일부터 ‘고별전’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평상시 보지 못했던 브랜드 상품이 가득하다. 기존 입점 브랜드가 대부분 빠져나간 탓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기존 임대 점포들은 지난해 12월말 모두 빠지고 행사 전문업체가 들어와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점포가 떠난 표면적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공항공사와 김포공항아울렛 본사(테크노에어포트몰)가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 1월 23일 완료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입점업체들은 테크노에어포트몰로부터 11월 상품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더 피해를 보기 전에 ‘떠나기’로 결정한 거였다. 1월 23일 10일간의 고별전이 끝난 김포공항아울렛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름 ‘잘나가는 곳’ 김포공항 아울렛 입점업체들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채 페점을 결정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2003년 전자제품·의류 등을 파는 쇼핑몰로 문을 연 김포공항아울렛은 2006년 패션아울렛으로 변신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입점업체는 여성캐주얼·남성복·잡화·스포츠·가구 등 약 200개에 달했다.
계약연장 요구 왜 수용 안했나
매출도 2004년 127억원에서 2010년 250억원으로 96% 증가했다. [※ 참고: 여기서 테크노에어포트몰 매출은 아울렛 판매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이다. 김포공항아울렛 매장 매출로만 따지면 월 100억원을 넘게 번 적도 있었다.] 하지만2011년 롯데몰 김포공항점이 바로 인근에 둥지를 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김포공항아울렛 의류매출은 2011년 1150억원에서 2013년 83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본사인 테크노에어포트몰의 매출도 같은 기간 5.4%(2011년 295억원→2013년 279억원) 감소했다.
한 브랜드 입점업체 사장은 “롯데몰이 들어온 후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테크노에어포트몰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의류매출이 전년 대비 110억원 줄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기존 입점업체들이 매장을 정리한 건 비단 ‘롯데몰 김포공항점’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공항공사가 임대차 계약의 연장을 거부해서다. 사실 테크노에어포트몰은 공사 측에 2년 전부터 계약연장을 요구했다. 2년여만 버티면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마곡 지역으로 아울렛을 옮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불안에 떠는 입점업체 상인들에겐 “소송을 해서라도 계약연장을 하겠다”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공사 측은 테크노에어포트몰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다. 계약을 연장할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국제선 여객수용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공항시설이 필요해 대형 상업시설을 계속 운영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계약조건을 따졌을 때 계약연장 근거가 없다”며 “임의로 계약을 연장하면 수의계약에 따른 특혜가 된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입점업체의 ‘김포공항아울렛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입점업체가 빠져나가면서 판매량은 물론 판매재고까지 줄었다. 그러자 김포공항아울렛의 총 매출 역시 급감했고,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는 입점업체가 생겼다는 것이다. 테크노에어포트몰 관계자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현금유동성이 악화됐다”며 “11월, 12월 판매대금을 일부 지급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고 말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2~3년간 유예기간을 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테크노에어포트몰 관계자는 “12년 동안 쇼핑몰을 하면서 상품판매 대금지급에 날짜 한번 어긴 적이 없었다”며 “공항공사 측에서 2~3년 유예기간을 두고 새로운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을 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계약 만료 1년 전부터 아울렛 경영진과 면담하면서 계약연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우리는 기존 아울렛 시설의 공항시설 환원방침을 지속적으로 안내했고 테크노에어포트몰 측에 이 사실을 입점업체에 전달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테크노에어포트몰 측은 입점업체들에 정확한 사실을 안내하지 않은 채 계약이 연장될 것이고만 말하며 영업을 지속했다”며 “우리가 입점업체들에 계약기간 만료를 직접 안내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게 있다. 아울렛 철수 이후 공항공사 역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공사는 테크노에어포트몰로부터 임차료 88억원, 관리비 1억5000만원가량(이하 2014년 기준)을 지급받았다.
빚 떠안은 상인들 수두룩
하지만 이 수익은 아울렛 철수로 사라졌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기존 상업시설(아울렛)의 원상회복 이행절차를 거쳐 설계, 인·허가, 공사발주, 공사를 시행할 것”이라며 “2017년 초에 업무시설 및 편의시설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업무시설이나 편의시설이 들어설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플랜은 있지만 국토부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당장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참고: 현재 공항공사와 테크노에어포트몰은 3개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송의 이야기는 후속보도를 통해 상세히 알릴 계획이다.]
또 다른 입점업체 상인은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을 줄 알고 인테리어에만 1억원을 썼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한탄했다. 김포공항아울렛에서 오랫동안 영업했다는 한 입점업체 사장은 “수년 동안 매장을 운영했는데 직원 3~4명과 함께 실직자로 나앉게 됐다”며 “결국 수천만원의 빚만 떠안고 쫓겨나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은 문을 굳게 닫은 김포공항아울렛몰. 희망은 사라지고 상인들의 눈물과 빚만 고스란히 남았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