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부터 결제수단까지 ‘Copy’가 따로 없네

빅마켓 ‘코스트코 벤치마킹’ 논란

2012-07-17     김미선 기자

최근 오픈한 국내 최초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이 코스트코를 따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관부터 가격정책, 카트까지 흡사해서다. 빅마켓 측은 “소비자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해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빅마켓’의 인기가 거세다. 롯데쇼핑이 기존 롯데마트 금천점을 리뉴얼해 만든 빅마켓은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할인점이다. 올해 6월 28일 오픈 이후 7월 7일까지 약 8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빅마켓이 이 기간 4만원짜리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친 결과다.

빅마켓은 창고형 할인점 시장을 코스트코가 독식하는 가운데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가격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 빅마켓은 철저한 가격조사를 통해 ‘최저가’를 선보일 방침이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롯데마트 박병규 과장은 “빅마켓과 코스트코는 가격조사를 하루에 두 번 하고 있다”며 “경쟁사에서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 더 저렴하게 파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트코에는 ‘빅마켓보다 무조건 저렴하게 팔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는 “환율이 폭등했을 때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린 코스트코가 아직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빅마켓의 등장으로 코스트코의 가격인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신라면 한박스(30개 들이)를 1만7890원에 팔던 코스트코는 7월11일 1만490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6월28일 빅마켓 오픈 이후 무려 7000원 이상 차이나는 수치다. 이후 두 업체간 가격 인하 경쟁이 불 붙기 시작했다. 7월1일 신라면 한박스 가격은 1만3000원, 11일에는 1만400원대로 떨어졌다.

빅마켓 관계자는 “가격 경쟁이 심하다보니 수익은 거의 포기한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격만이 아니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코스트코보다 많다. 롯데마트 박병규 과장은 “4950㎡(약 1500평) 공간이 키즈카페를 비롯한 편의시설로 채워져 있다”며 “코스트코 양평점의 경우 건물 전체에 화장실이 하나뿐인데 빅마켓에는 총 7개의 화장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한 수준을 넘어 베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일단 흰색 외관에 빨간색 로고가 코스트코와 똑같다. 장바구니와 카트도 엇비슷한 모양이다.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 또한 같다.
 
빅마켓은 코스트코와 마찬가지로 회원가입비 3만5000원을 지불해야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기업회원의 경우 3만원으로 두 업체 모두 동일하다. 결제수단마저 비슷하다. 빅마켓은 현금•롯데상품권•롯데멤버스 포인트와 롯데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현금•삼성카드•코스트코 상품권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코스트코와 같다.

이런 이유로 빅마켓이 소비자보다는 자사의 이익에 충실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카드만 결제수단으로 삼은 건 소비자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병규 과장은 “코스트코는 1994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최초의 창고형 할인점”이라며 “이들의 노하우와 경력을 인정하고 벤치마킹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스트코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 빅마켓에 방문하면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