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유럽서 풀린 돈이 몰려온다
ECB 양적완화와 투자전략
2015-02-06 강서구 기자
얼마전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 시리자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유럽발 훈풍은 여전하다. 그리스 리스크를 ‘양적완화’가 아직은 누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유럽발 훈풍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시작과 함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한때 1900선이 무너지면서 올해도 험난한 증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지난 1월 20일을 기점으로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로존의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이 시장의 예상을 깬 대규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지난 1월 22일 코스피지수는 16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3월부터 매월 600억 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500억~600억 유로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3차 양적완화에서 매입한 국채 규모와 비슷한 막대한 수준이다. 유로존의 양적완화 시행 소식에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독일을 포함한 영국ㆍ프랑스 증시는 1%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ㆍ나스닥 종합지수도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유럽에서 풀린 돈이 얼마나 국내 증시로 유입되느냐에 쏠리고 있다. 일단 예상은 긍정적이다. 2011년과 2012년 유로존은 각각 4980억 유로, 5295억 유로 규모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실시했을 때 5조8000억원에 달하는 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된 경험이 있어서다.
유로존 양적완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의 본격적인 유입은 3월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ㆍ러시아 문제와 비非유로존 국가의 통화가치 변동성 리스크 등이 2월을 기점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3월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LTRO는 대규모 자금이 한번에 공급됐다”며 “하지만 이번 양적완화는 매월 일정한 금액이 공급돼 국내에 유입되는 자금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유로존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기대되는 종목은 ITㆍ소재ㆍ산업재ㆍ소비재 등이다. 특히 그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정유ㆍ화학ㆍ조선ㆍ건설 등 하락세가 컸던 경기민감 업종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양적완화의 부정적인 효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환율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재정정책과 관련해 유로존 회원국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유로존 양적완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