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스윙을 바꿔라
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2015-01-30 이병진 고문
골퍼들의 골프인생이 실제 그렇다. 죽을 때까지 스윙을 교정하다 끝난다. 남의 스윙을 베끼고, 따라하고, 그랬을 때 공이 잘 맞으면 그를 칭찬하고…. 결국 연습이나 실전이나 골프는 자기가 잘나서 잘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평소 잘난 척을 하는 사람도 필드만 나가면 겸손해지는 것이 아닐까.
“핸디캡이 얼마나 되십니까?” 골프얘기가 나왔을 때 또는 비즈니스 골프 라운드를 위해 서로가 처음으로 골프장에서 만나 티오프를 앞두고 상대방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대답 중에 “아주 잘 칩니다” “귀하보다 한 수 위입니다” “항상 싱글핸디캡은 유지하고 있습니다”는 건 없다. 대부분 “저 잘 못 칩니다” “요즘 잘 안 맞아요”라며 겸손해 한다.
비즈니스가 아닌 절친과의 라운드에서도 겸손은 변함이 없다. “어제, 그제 밤새 술 마셔서 오늘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라는 말은 애교다. “자네는 나보다 훨씬 잘 칠거야”라며 부추기는 경우도 많다. 허풍이 대세인 때도 있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70년대 대우그룹이 삼성그룹과 옛 현대그룹의 위용을 넘봤을 정도로 막강파워를 자랑할 때 이야기다. 대우 직원들은 입사 때나 부서모임에서 “난 이처럼 능력 있다”고 잘난 체를 해야만 그룹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잘난 체를 한 만큼 책임을 져야 했음은 물론이다. 비즈니스에서는 겸손보다 허풍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어떤 프로골퍼가 어느 날 갑자기 백스윙부터 폴로스루를 ‘인사이드~아웃(In side ~Out)’에서 ‘아웃사이드~인(Out side~In)’으로 바꿨다면, 이는 골퍼생명을 건 모험이라고 봐야 한다. 반면 일반 아마추어의 스윙은 카멜레온이다. 닭장에서 매일 연습을 하는 골퍼일수록 스윙이 자주 바뀌는 경우가 많다. TV나 골프대회 갤러리로 따라다니면서 선수들의 스윙을 분석하거나, 레슨프로의 원포인트 레슨에 자신의 스윙을 부분 또는 전면 개조하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몇개월, 심지어 한두번 라운드를 하고는 또 스윙을 바꾼다.
아마추어의 스윙은 카멜레온
필자가 참여하는 정기모임이 있다. 그중 몇명은 스윙이 항상 새롭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스윙을 구사하는 친구도 있다. 그때마다 필자는 그를 진심으로 칭찬한다. 스윙을 바꾼다는 건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얘기다.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근육이나 운동신경 등이 끊임없이 변한다. 그때마다 자신의 몸에 맞는 스윙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처신이다.
‘스윙은 하나’고, 자신의 몸에 맞는 게 그것이다. 하나의 스윙은 심지어 라운드마다 바뀔 수도 있다. 프로는 수십만번의 스윙 연습으로 완전히 굳어진 스테레오타입이다. 한번 고치려면 몇년이 걸릴 수가 있다. 이에 반해 주말골퍼는 자주 스윙을 바꾼다고 실망하거나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 골퍼들의 골프인생이 실제 그렇다. 죽을 때까지 스윙을 교정하다 끝난다. 남의 스윙을 베끼고, 따라하고, 그랬을 때 공이 잘 맞으면 그를 칭찬하고…. 결국 연습이나 실전이나 골프는 자기가 잘나서 잘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평소 잘난 척을 하는 사람도 필드만 나가면 겸손해지는 것이 아닐까. 역설적으로 상대가 자기보다 더 겸손하다면 그는 당신보다 골프내공이 강한 사람이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