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메기 덕분에 미꾸라지 힘내듯…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 메기효과
2015-01-28 김미선 기자
최근까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국내 가구업계를 고사 직전으로 몰고 갈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국내 가구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데다 DIY가구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어서다. 지금 가구시장에는 이케아의 메기효과가 한창이다.
플랫팩 가구는 납작한 상자에 부품을 넣어 파는 자가 조립용 가구로 DIY가구(Do It Yourselfㆍ조립가구)와 같은 개념이다. 플랫백 가구의 장점은 조립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가격 거품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이케아는 유럽시장을 평정했고, 글로벌 가구업계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케아가 한국시장 진출을 결정했을 때 국내 가구업계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고속철(KTX) 광명역 인근에 1호점을 연 이케아는 그야말로 히트를 쳤다. 개장 첫주 하루 4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월 21일에는 100만번째 손님이 다녀가기도 했다. 이런 이케아 열풍을 실감한 사람들은 국내 가구 시장이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이케아 열풍이 국내 가구업계에 ‘메기효과’를 일으키고 있어서다.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잃지 않는다. 이를 기업경영에 적용한 게 ‘메기효과’다. 실제 이케아의 진출로 국내 가구업계는 이전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토종 가구업체 한샘의 성과는 대표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해 연매출은 1조20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연매출(1조69억원)보다 20%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주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케아 진출 이전부터 자체 경쟁력을 키운 한샘의 저력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샘은 실제로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오픈하는 한편 저가상품 비중을 늘렸다. 생활소품매장도 새롭게 오픈할 예정이다. 이케아의 상륙으로 국내에 DIY가구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DIY가구가 이전엔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케아 효과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G마켓의 가구 카테고리 중 DIY 가구 판매 매출은 최근 한달 사이 무려 16% 늘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소품 및 가구 브랜드 모던하우스도 최근 DIY 가구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가구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 가구가 비싸게 사서 오래 쓰는 내구재로 받아들여졌다면 이젠 저렴하게 구매해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소비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 역시 이케아의 콘셉트를 받아들인 결과다. 이케아의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트는 ‘가구는 소모품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이케아를 성장시켰다. 한 가구업계 전문가는 “국내에서 DIY 가구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케아가 국내 DIY가구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