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시장 투자비중 미>일>유로존 順
2015년 대륙별 증시 기상도
2015년은 30년전 개봉한 ‘백 투 더 퓨처2(Back To The FutureⅡ)의 배경이 됐던 해다. 당시만 해도 허황돼 보였던 화상전화와 웨어러블 기기 등은 현실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상상력은 뜻밖의 영역에서 빗나갔다는 데 있다. 당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때문에 일본을 향한 미국인의 공포심은 컸고,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사실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영화 속 일본도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적 지위를 위협할 나라로 그려진 일본은 20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반면 일본의 맹추격을 받을 것으로 보였던 미국은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여전히 ‘글로벌 제1 경제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30년은 고사하고 1년, 더 짧게는 한 분기 사이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돌발사건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 주식시장은 의외로 조용했다. 몇차례 시장을 긴장시킨 일들이 있었지만 시장은 빠른 회복력을 보여줬다. 이 때문인지 올해 시장은 불안정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안정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많이 약해졌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역시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상승하고 있다. 투자자가 이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건 미국 주식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중국 증시가 하반기에만 60%가량 상승한 것도 원인이다. 이에 따라 올 1분기엔 투자자의 위험회피 심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장 1월부터 ‘미국 경제는 강한 회복 중’이라는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이미 발표된 12월 경제지표도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고, 시장을 들뜨게 한 소비지표도 약화될 공산이 크다.
미국 연말 소비시즌은 일반적으로 11월말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몇년간 소비가 부진하자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소비시즌 시기를 10월말 ‘할로윈데이’로 앞당겼다. 그 결과, 11월 경제지표는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12월에 집중됐던 연말 소비가 11월로 분산된 만큼 12월 소비는 경기 회복세를 증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증시의 중요한 변수 ‘유로존’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공산이 크다. 그리스 때문이다. 그리스 정당 지지율 1위인 ‘시리자’는 독일이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독일은 유로존 안정을 위해 그리스 잔류를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퇴출 가능성을 내비치며 맞서고 있다. 두 국가의 벼랑 끝 전술이 맞붙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는 출렁일지 모를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투자자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시장의 흔들림이 매수의 기회인지, 매도의 기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행히 글로벌 증시엔 긍정적 요인이 많다. 유가 하락은 원유 수입국의 경기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추가 양적 완화, 일본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카드도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는 불안전성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흐름이 불안정적으로 변하진 않을 것이다. 단기적인 불확실성을 이용해 중장기 지역간 포트폴리오 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대륙별 증시를 전망해 보자. 미국 주식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 기준으로 지난해 14%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1분기 혹한의 영향으로 뒷걸음쳤던 경제도 2ㆍ3분기 빠르게 회복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이렇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주식의 이익전망치는 최근 들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ㆍ소재 등 업종의 이익전망이 가파른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유가 하락의 수혜가 예상되는 소비재 업종의 이익상승세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달러 강세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당분간 과도한 이익증가 전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주식의 밸류에이션도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S&P500 지수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10월말 16배를 돌파,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익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주가만 상승했다는 방증이다.
유로존 시장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올해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9개월간 매월 600억 유로(73조7000억원)의 자산매입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보다 2배 가까이 큰 대규모다. 하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유로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는 양적완화의 긍정적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긍정적인 점은 유로존 기업의 이익전망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큰 폭의 밸류에이션 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해 약 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정책기대가 약해져 조정을 받았지만 상반기 말부터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주목할 건 엔화가치 하락으로 기업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엔화의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이익 증가 가능성은 여전하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높지 않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의 기본이 되는 기업이익 전망치가 엔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엔화 약세 흐름이 주춤할 경우 단기 변동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신흥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원자재 수출국이 많은 것도 부담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통화가치 변동성이 높은 신흥시장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신흥시장은 통화 헤지(Hedgeㆍ위험회피)가 쉽지 않은 만큼 환율 전망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엔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시장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신흥시장 주식의 매력이 낮은 상황이란 얘기다.
지역별 경제전망 눈여겨봐야
다행스런 점은 신흥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신흥아시아의 통화 변동성이 낮게 유지돼 불안감은 덜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흥아시아의 이익전망도 최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신흥시장의 통화변동성 상승이 전체 신흥시장 주식에 큰 타격을 줬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신흥아시아도 안심할 수 없다. 결국 선진시장에서는 미국>일본>유로존 순으로 투자 비중을 할당하고 변동성이 높은 신흥시장의 비중은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일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holistic@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