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찍고 역외시장 공략
국내 철강업체의 ‘脫亞전략’
2014-12-05 이호 기자
국내 철강사의 수출 비중이 동남아에서 미주ㆍ유럽쪽으로 이동했다. 상황은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동아시아 철강사의 역외시장 수출량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미주ㆍ유럽의 철강업체가 경쟁력을 상실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동아시아 철강사의 역외시장 공습이 시작됐다. 동남아 철강사가 미주 등 역외 고마진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0~ 2013년 중국 철강사의 수출효자품목은 봉형강(봉 모양 압연재)이었다. 2010~ 2013년 봉형강류 수출량은 판재류(인쇄판에 쓰는 재료) 수출량이 정체된 반면 3배나 늘었다. 전체 수출량에서 봉형강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3%에서 2013년 48%로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4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던 판재류 수출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중국의 판재류 수출 중 역외시장 비중은 47%로 전년비 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일본은 판재류 수출량이 전년비 감소했다. 역내시장, 특히 동남아 지역의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유럽ㆍ북미ㆍ중남미 등 역외시장 수출량은 되레 증가했다. 이는 역외 시장 수익성이 오히려 좋았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철강 수출량은 전년보다 늘어났지만 대對동남아 수출량은 줄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역외시장 수출비중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주ㆍ유럽 철강사는 구조조정 중
역외시장으로의 수출량 증가는 일반적으로 내수와 역내시장 수요가 동반부진에 빠질 때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금이 최악의 불황인가. 그렇지 않다. 동아시아 철강사의 역외시장으로의 수출량이 늘어난 건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철광석 가격 급락으로 동아시아 철강사가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호주는 철광석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3국에 판매한다. 해당 지역 철강사로 원가 하락 수혜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미국ㆍ유럽 철강사의 경우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른 수혜가 동아시아 철강사 대비 크지 않다. 자체 광산 보유로 철광석 자급률이 높고, 전기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동아시아 철강사가 원거리 시장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아울러 글로벌 철강사들의 수요 회복 기조에도 미국ㆍ유럽 역내 철강사들이 구조조정 중이라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미국ㆍ유럽 철강사들은 인건비와 전력비를 포함한 높은 생산 비용과 설비 노후화로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역설적으로 이는 이들 철강 공장의 경쟁력 상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