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생아의 충격적 실화
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루크레찌아 보르자
2014-11-06 김현정 체칠리아
젠나로는 소파에 누워 잠이 든다. 이때 가면을 쓴 루크레찌아 보르자가 들어온다. 젠나로를 본 그녀는 몸을 숙이고 그에게 입을 맞춘다. 때마침 젊은이들이 들어와 이 광경을 본다. 젠나로와 그의 친구들은 페라라에 도착한다. 알퐁소 공작은 그의 부인 루크레찌아 보르자가 젠나로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질투심에 차 있다.
그의 친구들도 젠나로가 루크레찌아 보르자에게 홀린 것으로 착각하고 놀린다. 놀림에 반항이라도 하듯 젠나로는 루크레찌아 보르자의 성문에 붙어있는 문패에 있는 B자를 칼로 지워버린다. 보르자(Borgia)에서 B를 빼면 오자(Orgia)가 된다. 이는 저속한 술과 색의 파티를 일컫는 말이다. 곧이어 공작의 명령을 받은 호위병들이 젠나로를 체포한다. 처음 복수를 명령했던 루크레찌아 보르자는 자신의 아들 젠나로가 한 짓이라는 걸 알고 분노를 가라앉힌다. 하지만 공작은 여전히 분노에 차 있다. 루크레찌아 보르자는 공작 앞에서 젠나로에게 독약을 마시게 한 뒤 공작이 외출하자마자 해독제를 먹여 목숨을 구하고 탈출시킨다.
#2막=성안에 몰래 숨은 젠나로를 공작의 근위병들이 감시하고 있다. 젠나로는 네그로니 공주가 초대한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들과 떠난다. 감시병들은 젠나로를 막지만 호위대장은 만류한다. 네그로니 공주의 집에서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갑자기 죽음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고 불이 일제히 꺼진다. 이때 루크레찌아 보르자가 근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온다. 그녀는 베니스에서 당한 모욕의 대가로 파티장에 있는 와인에 독을 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내 젠나로를 보고 놀란다. 그녀는 모두 나가게 한 후 젠나로에게 해독제를 먹이려 한다. 하지만 젠나로는 이를 거절하고 친구들과 죽겠다고 말한다. 절망한 루크레찌아 보르자는 그제야 자신이 젠나로의 친모라고 외친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원작소설과 달리 실존인물이었던 오페라 ‘루크레찌아 보르자’의 주인공 루크레찌아 보르자는 스페인의 대추기경 로데릭 리안쏠 보르하의 친딸이었었다. 교황이 된 그의 아버지는 15년 동안 연인으로 지내던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루크레찌아 보르자를 귀족가문에 보내 혼인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이혼을 거듭하면서 교황의 사생아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다. 르네상스 시대 최대의 스캔들이자 이슈가 된 보르자 가문의 역사적 실화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