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이 있어야 甲이 빛난다

[Reader's Letter]

2014-10-22     최범규 인턴기자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의 등골을 빼먹기 바쁘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기사들은 대외적으로 드러난 대기업의 ‘갑질’에 대해서만 지적할 뿐이었다. 반면 더스쿠프는 이를 명확한 수치로 보여줬다.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상생이나 동반성장 관련 성과를 홍보물로 제작해 언론에 무더기로 뿌리던 대기업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던 차에 발뺌할 수 없는 물증을 들이댄 것이라고나 할까.

궁금한 것은 왜 대기업들이 그토록 혼자만 성장하고 싶은 걸까 하는 거다. 사실 이건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남을 밟고 일어서 성공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어서다. 어느 한 지방에서는 대단지 부촌 아파트 분양 입주민들이 자기 자녀들을 임대 입주민 자녀들과 섞이는 게 싫어 자신들만의 고등학교를 짓기를 원했다가 학생들의 내신 성적이 나빠지자 어쩔 수 없이 임대 입주민들 자녀들이 해당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용했단다. 이렇게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1등이 나오는 것처럼 대기업의 영광도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이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