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미스터리’ 그 흉기의 기록

김필수의 Clean Car Talk

2014-10-15     김필수 대림대 교수

자동차 급발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급발진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장치를 탑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예방책도 모색해야 한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수억대 차량의 후속 대책도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자동차 메이커가 ‘급발진 문제’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10월 2일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연구회의 대표로 있는 필자는 “자동차 급발진을 해결하기 위해 전향적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지난 35년 누적된 두려우면서도 미스터리한 과제다. 특히 자동차가 대표적인 문명의 이기利器면서도 한편으론 흉기凶器라는 동전의 양면을 가졌다는 면에서 분명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동차 급발진과 관련 모두 운전자의 실수라는 판정을 내렸다. 탑승자가 모두 사망했는데, 운전자의 실수라고 판명되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이 그렇게 흘렀다. 필자는 그동안 자동차 급발진 문제로 억울해하는 운전자를 수없이 봐왔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사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급발진은 운전자의 실수에서 비롯된 걸까. 필자는 80%가량은 운전자의 실수, 나머지는 실제 자동차 급발진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지난 5년간 350~400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로는 이보다 5~10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신고를 하지 않고 액땜했다고 판단하고 그냥 묻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신고해봤자 패소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급발진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장치를 탑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예방책도 모색해야 한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수억대 차량의 후속 대책도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자동차 메이커가 ‘급발진 문제’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차 급발진 유무 확인 장치를 공개했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전자제어 관련 기업이라면 약 2개월이면 개발이 가능하다.

이 장치는 운전석 하단 좌측에 있는 ‘OBD2’라는 단자의 신호를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한다. OBD2는 자동차의 상태와 관련된 각종 신호를 받아서 진단하거나 고장 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OBD2는 2009년 후반에 의무화돼 2010년 출고된 모든 차량에 장착돼 있는데, 신호의 신뢰성이 없으면 차량을 출고할 수 없다. 그만큼 급발진 분석에 신뢰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사고기록장치인 EDR이 공개되면 급발진 책임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EDR은 에어백이 터져야만 기록되는 한계가 있다. 공개하더라도 운전자 실수라는 올가미를 벗기 어려울 수 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를 알 수 없어 운전자 실수로 결정돼도 반론을 할 수 없어서다. EDR은 자동차 급발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의미가 없는 장치다. 언급한 OBD2가 중요한 이유다. 운전자가 직접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언제까지 민간연구회가 자비를 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정부도 있고, 국민 기업이라는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도 즐비하다. 물론 자동차 메이커가 먼저 나서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수십년 누적된 문제가 노출되는 게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결함이 밝혀지면 어느 메이커도 자유롭지 못하다. 엄청난 손해를 떠안을 수도 있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 이제는 밝혀야 할 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