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창 밖 나비도 부럽다

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2014-10-10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무병장수는 인간의 최대 욕망이었다. 하지만 젊을 시절 우리는 몸이 불편하거나 특별히 아프지 않는 한 건강의 고마움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을 하고, 그렇게 망가진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쓰는 허무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건강을 해치며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기주의가 난무하고 극도로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허무한 일화가 하나 있다. 명문대를 다니는 여대생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결혼 후 자신이 살게 될 신혼집을 직접 설계해 보라고 말이다. 침실, 애들 방, 드레스 룸, 서재 등을 모두 설계하고 심지어 애완견 방까지 그려 넣었지만 정작 자신의 부모나 시부모의 방을 그려 넣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보편적 사례는 아니지만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할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특히 베이비 붐 세대는 더욱 그렇다. 자신들은 부모를 모시면서 정작 본인은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확률이 높아서다.
사람들은 대략 50살을 전후해 갱년기가 찾아오면 비로소 늙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이때부터 건강에 소홀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뉘우치고 건강을 염려하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연령별로 볼 때 50대 사망률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이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중장년 시기를 잘 넘기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장수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다.

몇년 전 필자는 췌장암에 걸린 분을 병원으로 찾아뵌 적이 있다. 예후가 좋지 않은 병임에도 그 분은 의외로 담담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창 밖의 나비가 부럽다고 했다. 두 번째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공허한 눈빛으로 이제는 병실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조차 부럽다고 말했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생명에 애착을 느끼는 어투로 말이다. 동시에 작은 병에서 무언가를 소중하게 꺼내 조금씩 먹고 있었다. 복어의 독毒이었는데 지인을 통해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한다. 병을 건네받아 유심히 살펴봤지만 용법도 용량도 적혀 있지 않았다. 청산가리보다 더 독한 ‘테트로토톡신’이라는 복어 독이 얼마나 효능을 발휘할지 필자는 의문이 들었다. 곧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분에게 혼란을 부추겨 맹독猛毒을 팔아먹은 자가 떠올라 분노가 치밀었지만 환자 면전이라 내색조차 안 했다. 얼마 후 결국 그분은 세상을 떠났다.

유명 병원의 최신식 의료서비스도, 살아 보고자 시도했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도 그를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분을 죽음으로 이끌어간 상황을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병이든 병자에게 그 원인을 물어 따지거나 망자를 책망해서도 안된다. 우리가 할 일은 규칙적인 섭생과 합리적인 생활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천수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