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공시제 제외, 반쪽짜리 단통법
단통법 6가지 질문
2014-09-30 김은경 객원기자
단통법이 오는 10월 1일 시행된다. 단통법의 골자는 휴대전화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이용자에게 공평하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분리 공시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보조금 분리공시제’는 단통법에서 제외된다.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단통법 관련 핵심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첫째 질문은 원론적이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왜 필요하느냐다. 답은 간단하다. 같은 휴대전화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가격이 20만~7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가입자 뺏기를 위한 보조금 경쟁 탓이다. 지난 2008년 3월 이후 8차례의 불법 보조금 제재에도 보조금 차별 지급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 이통사뿐만 아니라 대리점ㆍ판매점ㆍ제조사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중 제조사도 장려금(보조금)의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을 교란하는 주체로 등장했다. 대리점, 판매점의 불ㆍ편법 보조금 지급사례도 증가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단통법의 파급효과는 어떨까. 이용자의 가입유형(번호이동ㆍ기기변경 등), 요금제, 거주지역 등에 따른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이 금지된다. 이통사 홈페이지 등에 보조금이 공시돼 극소수가 ‘공짜폰’ 혜택을 누리고 대다수는 제값을 주고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유통구조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조금 공시방법은 이통사와 유통망(대리점ㆍ판매점)이 휴대전화별 출고가격, 보조금, 판매가(출고가격-보조금)를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다만 이동통신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5만~35만원 사이에서 보조금 액수를 정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구체적인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선이 결정되고, 이통사는 휴대전화별 지급 보조금을 공시하게 된다. 이통사가 공시한 상한선을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 보조금 과다 지급 경쟁을 제한하고 서비스 품질, 요금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번 단통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분리공시제의 무산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9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단통법에서 분리공시를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단통법 시행 3년 뒤 이법을 계속 유지할지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재검토형 3년 일몰제를 설정한 셈이다. 한편에선 이를 두고 반쪽짜리 단통법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란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소비자가 보조금 출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이통업계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며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온라인 등에서 단말기를 자체 구입한 소비자에게 이통사 지원금만큼의 요금 할인을 해주는 ‘분리요금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분리공시제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회의에서 상위법인 단통법과 하부고시가 서로 상충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 12조는 “이통사업자가 단말기의 판매량 및 출고가, 이통사 지원금, 단말기 제조사의 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되 제조사별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분리공시 제외를 두고 아쉬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분리공시 제외가 단통법의 핵심 취지라서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분리공시제 제외로 단통법의 취지가 퇴색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