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 혼뺀 소형차의 ‘매운 질주’
수입차가 발견한 틈
2014-09-29 김정덕 기자
소형차가 대세다. 2011년 10만8997대였던 수입차는 지난해 13만4144대로 18.8% 늘었다. 이 기간 2000~3000㏄의 수입차 비중은 32.6%로 변화가 없었고, 3000~4000㏄는 21.3%에서 11.5%로 9.8%포인트 줄었다. 4000~5000㏄도 2.8%에서 1.33%로, 5000㏄ 이상은 2.0%에서 0.8%로 줄었다. 다만 2000㏄ 미만 차량만 42.2%에서 53.7%로 11.5%포인트 껑충 뛰었다. 수입차 판매 확대의 견인차가 오로지 소형차였던 셈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현대차ㆍ기아차는 어떨까. 2009~2013년 5년간 판매 추이를 보면 늘어난 건 소형차(+15.3%)뿐이다. 같은 기간 소형(-24%)ㆍ준중형(-19%)ㆍ대형(-3%)은 판매량이 줄었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2009~2012년 현대차ㆍ기아차, 도요타, GM의 차종별 판매대수를 보면 소형차는 94만대에서 136만대로 31%가량 증가했다. 반면 중형은 120만대에서 139만대로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시장의 중심이 중형차에서 소형ㆍ중형차(SUV 제외)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시장도 비슷하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매년 1800만대의 신차를 소화하고 있는데 현재 약 8%밖에 보급되지 않아 성장성이 크다”며 “다만 신흥시장은 첫차 구매자가 많아 소형차 판매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현대차ㆍ기아차는 이런 시장흐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브랜드 고급화를 내세우며 중ㆍ대형차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정몽구 현대차ㆍ기아차그룹 회장도 여러 차례 유럽ㆍ중국시장에서의 브랜드 고급화를 주문한 바 있다. 반면 소형차엔 소홀하다. 현대차ㆍ기아차의 국내 신차 출시 비중을 봐도 중ㆍ대형차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현대차ㆍ기아차의 소형 신차는 아반떼 쿠페와 엑센트 2종뿐이었다. 올해는 엑센트가 전부다. 반면 중ㆍ대형차 부문(SUV 제외)에서는 지난해 총 5대, 올해는 7대를 출시했다. 2015년 신차 출시 예상 전략도 다르지 않다. 커지는 시장보다 정체 혹은 감소하는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판매액으로 보면 중ㆍ대형차가 소형차보다 크다. 때문에 현대차ㆍ기아차가 더 높은 수익이 나는 곳에 ‘올인’하는 전략을 쓰고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전략적 선택이 현대차ㆍ기아차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시장의 틈새를 소형 수입차가 비집고 들어온 게 대표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차ㆍ기아차의 차세대 자동차 전략도 짚어봐야 한다.
최근 현대차ㆍ기아차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전기차(EV) 판매량은 6만888대로 전년 동기 대비(4만3377대) 40.4% 증가했다. 판매 1위는 닛산 리프다. 올 상반기 2만4344대가 팔렸다. 테슬라의 모델S는 1만607대, BMW의 i3는 4339대 팔렸다. 중국의 체리자동차도 3287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그러나 기아차의 레이는 고작 139대 팔렸다. 현대차ㆍ기아차의 전기차 총 판매량도 2012년 531대에서 2013년 277대로 되레 줄었다.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현대차ㆍ기아차만 뒷걸음질쳤다는 얘기다. 물론 현대차ㆍ기아차의 주력은 전기차가 아닌 수소연료전지차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은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축이 될 공산이 더 크다. 자칫하다간 수소연료전지차 역시 소형차처럼 전략적 실패를 맛볼 수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