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기자재'가 절실하다
해양플랜트 700조 시장 잡으려면…
2012-07-13 김정덕 기자
유전·가스전 개발을 위한 해양 시추·굴착 관련 국내 특허출원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2007년 연 평균 5건 이하였던 해양 시추·굴착 특허출원은 국제유가가 치솟은 2008년 이후 연간 50건 안팎으로 늘어났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자원개발업체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가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 힘쓴 결과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특허출원은 2008년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연간 30건(전체 출원의 61.2%)에 이르렀다.
특허출원이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해외 메이저 조선기자재 업체와 비교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국내 특허출원은 14건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 중 1위다.
하지만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인 베이커휴즈는 2010년 미국 특허청에 약 20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같은 기간 핼리버튼과 슐룸버거의 특허출원 수는 각각 120건, 140건에 달했다.
더구나 국내 조선업체의 특허는 일부 분야에 쏠리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02~2011년 국내 조선업체는 시추선이나 해양플랫폼에 설치하는 구조물인 데릭·파이핑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54.1%)했다. 반대로 채굴 기술은 23.3%, 시추·굴착 기자재와 공법 기술 출원은 22.6%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해양플랜트 발주량 증가와 동시에 시추·굴착 기자재, 해저부(subsea) 시장까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가스전이 육상에서 천해(100~200m 이하)와 심해(2000~6000m)로 옮겨가고 있고, 작업 수심이 깊어질수록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자재 분야의 기술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현재 20% 수준에 불과하다. 해저부 기자재 개발은 현재 기술력으론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이다.
해양플랜트 전문가들은 “현재 육상 자원으로는 석유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해양플랜트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자재 분야의 기술개발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해양대 안충승 석좌교수는 “심해(深海)와 천해(淺海)를 합쳐 2020년까지 예상되는 전체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는 약 700조원”이라며 “하지만 해양플랜트 수주를 제 아무리 많이 받아도 엔지니어링이나 해저부 분야는 대부분 선진 해외 업체(특히 유럽)가 맡고 있어 알맹이 없는 수주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해양플랜트 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해양플랜트의 중요성을 인식해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해양플랜트 수주액을 800만 달러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전문가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해양플랜트 산업 발전 방안이 대기업 위주로 짜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충승 교수는 “기자재 산업 분야의 시장 규모는 크지만 개별 사업 규모가 작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사업과는 맞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해양플랜트 사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