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했다면 십중팔구 ‘배상’
삼성전자 ‘브라질 노동 리스크’
2014-09-23 김정덕 기자
“삼성전자는 브라질 정부에 막대한 피해배상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브라질 정부로부터 제소를 당한 삼성전자가 향후 책임을 치를 것으로 예상한 노호창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선임연구원의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부당노동행위로 일부 외신의 도마에 올랐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시 자유무역지대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현지 노동법을 위반한 혐의가 포착돼 브라질 정부가 삼성전자 측에 2억5000만 헤알(약 1200억원)의 피해배상금을 요구했다. 6000여명의 현지 직원들이 휴대전화ㆍTV 등을 생산ㆍ공급하는 이 공장에서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강제했다는 게 브라질 정부의 주장이다.
마나우스시 검찰에 따르면 이 공장 노동자는 1인당 하루 약 3000개의 휴대전화를 조립하고, 휴대전화 1대를 조립하는 데 불과 32초가 주어졌다. 또한 하루 최대 15시간 일하고 있으며, 일부는 10시간 이상 선 채로 일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런 식의 노무관리로 도마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1년 약 3500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브라질 캄피나스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공장에서도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한 정황이 포착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식 노무관리가 문제
2012년에는 멕시코 케레타로주에 있는 삼성전자 하청업체의 한국인 관리자가 현지 직원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적도 있다. 이 사건으로 삼성전자 하청업체는 멕시코 노동당국으로부터 2주간의 영업정지를 받았다. 당시 한국대사관과 삼성전자가 공개사과를 했지만 멕시코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덴 실패했다.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이번 브라질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근무를 시키는 게 아닌지 조사하는 과정에 삼성전자가 포함된 것일 뿐,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한 제소는 아니다”며 “특히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은 다른 공장에 비해 임금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호창 연구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중남미 국가들의 노사문화는 유럽식이라서 장시간 노동이나 상급자의 욕설이 브라질에선 심각한 노동문제가 된다”며 법체계와 원칙도 노동자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엔 노동문제를 조사하는 별도의 노동검찰이 있고, 이들이 공익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덕분에 브라질 노동자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법원은 ‘노동자의 이익’이라는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노 연구원이 “삼성전자가 브라질 현지의 법체계와 원칙에 따라 피해배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동유럽이든 남미든 현지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한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노무관리를 하다 보니 해당 국가의 노동법에 부딪히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부터 노무관리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