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국을 만만디라 했나
한-중 점유율 격차 5년새 절반으로 ‘뚝’
2014-09-19 김정덕 기자
2012년 한국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13개 잃었다. 하지만 실失보단 득得이 많았다. 무려 16개 품목에서 새롭게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들 품목의 수출액 비중도 상당하다. 430억 달러 시장에서 76억 달러를 한국의 수출품목이 올리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선 반가운 일이다. ‘고급화 지수(PSI)’가 높은 품목이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PSI가 상승한다는 건 해당 품목에서 기술개선 등이 이뤄지면서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의 고급화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술력을 높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승부한 게 통하고 있다는 거다.
2000~2012년 PSI가 크게 오른 품목은 플라스틱, 섬유ㆍ직물제품, 석유제품, 화학공업제품, 철강제품, 자동차ㆍ부품, 선박, 광학기기 등이다. 반면 PSI 상승폭이 크지 않거나 낮아진 품목은 휴대전화, 반도체, 가전제품, 전기기기 등이다. 우리나라의 16개 신규 점유율 1위 품목 중에서 10개 품목이 PSI가 높은 품목에 해당하는 화학공업제품, 플라스틱 등이었다.
하지만 이 통계를 꼼꼼히 뜯어보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일단 16개 품목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한 국가와의 격차를 보면 평균 4.11%에 불과하다. 2위와의 점유율 격차가 13.3%로 가장 큰 ‘증기발생보일러’를 제외하면 평균 점유율 격차는 3.5%로 뚝 떨어진다. 3위와의 점유율 격차도 8.4%로 그리 크지 않다. 언제든지 1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있는 대표적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의 수출 판로를 잠식하고 있는 중국이 PSI가 높은 품목까지 장악한다면 우리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16개 항목에서 중국이 2위에 포진하고 있는 품목은 ‘합성스테이플섬유(폴리에스테르)’ ‘산화금속산염이나 과산화금속산염’ ‘금속주조용의 주형틀’로 3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3위까지 범위를 넓혀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제품(두께 3㎜ 이상 4.75㎜ 미만)’ ‘폴리메틸메타클레이트’ ‘증기발생보일러’ ‘권선용전선’ ‘해초류와 기타 조류’ 5개 품목까지 포함돼 총 8개 품목으로 늘어나서다.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중국의 추격은 시간문제
이들 품목의 평균 점유율 격차는 15% 정도다. 상당한 차이로 보이지만 2008~2012년 단 5년 만에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점유율 1위 품목을 따라잡은 속도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일례로 ‘특수선(조명선ㆍ소방선ㆍ기중기선 등)’의 경우 2008년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는 75%였다.
하지만 2012년에는 36.3%로 확 줄었다. 같은 기간 22.3%가량 차이 나던 ‘강력사 타이어코오드 직물(폴리에스테르제)’는 14.7%로 줄었다. 약 9.5% 차이 나던 ‘합성스테이플섬유(폴리에스테르)’도 2.6%로 줄었고, 7.8% 격차를 보였던 ‘메모리 반도체’는 3.2%로 줄었다. 중국이 맘만 먹으면 점유율 격차를 절반 이상 줄이는데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거다. 2008~2012년 꾸준히 수출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은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총 13개 중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품목은 ‘메모리 반도체’ ‘탱커’ ‘특수선’ 정도다.
문제는 이들 품목이 우리나라 수출액 탑5에 속한다는 점이다. 전체 수출을 견인하는 품목이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탱커’ ‘특수선’ 3개 품목의 전체 시장 규모도 1044억 달러(약 108조원)에 달한다. 그중 우리나라가 350억 달러, 중국이 200억 달러 규모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마치 파이가 큰 시장을 중점적으로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수출 중견기업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시장 규모가 크고, 생산효율성이 담보된다면 과감하게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완성된 기술을 사들여 시장을 공략할 준비도 돼 있다. 기술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면서 노하우가 생겼고, 기업을 적극 유치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기술도 이전됐다.
더구나 명절에 고향에 내려간다고 했다가 일터로 돌아오지 않고 좀 더 나은 직장을 구해 일을 그만두는 이들도 허다하다. 중국의 산업이 고급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중국을 제조 선진국과 같은 경쟁자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으로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수출신화’는 한순간에 무너질지 모른다.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