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어야 아니 흔들릴세

직장인 보고서❶ 업력과 근속연수

2014-09-05     김정덕 기자

 

근무 여건만 괜찮다면 중소기업도 좋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어떤 중소기업이 괜찮은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럴 때는 그 기업의 업력業歷을 보자.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기업의 근속연수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근속연수가 길면 대체로 근무환경이 좋다는 얘기다. 근무환경이 나쁜 회사에 오래 있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내 옆에 근무하는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도 된다. 근무환경이 좋다는 건 직급이나 연봉이 능력에 따라 상승할 기회가 많다는 뜻도 된다. 이를 통해 그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속연수가 긴 회사는 꽤 다닐 만한 회사라는 거다. 더 중요한 건 업력이 쌓인 회사일수록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더 길다는 사실이다.

더스쿠프가 코스닥 상장사 상위 300곳(시가총액 기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근속연수는 4.68년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5년이 채 안 돼 떠난다는 얘기다. 그런데 평균 근속연수는 해당 기업의 업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업력이 10년 이하인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2.7년으로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 10년 이상~20년 이하 기업도 3.79년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하지만 업력이 20년 이상인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6년으로 껑충 뛰었다.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은 6.7년에 달했다.

특히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기업은 총 12곳으로, 이들 기업의 업력은 평균 36년이었다. 반면 평균 근속연수가 평균보다 짧은 기업은 180곳이나 됐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업력은 18년, 평균 근속연수는 3.3년이었다. 물론 가파른 성장으로 신규사원을 많이 채용해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진 곳들도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LCD) 두께를 얇게 가공하는 사업이 주력인 ‘지디’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0명을 신규채용해 근속연수가 뚝 떨어졌다. 하지만 코스닥에 이런 이슈가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중소기업의 업력이 쌓이면 평균 근속연수가 길다는 것이다. 특히 업력 20년을 기점으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 업력이 22년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소기업이 나름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평균 20년 이상이 걸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중소기업을 찾는가. 그렇다면 젊은 기업일수록 좋을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헤매는 곳보다 뿌리를 확실히 내린 중소기업이 더 좋을 수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