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복학생의 짠한 발기술
크랭크 인 | 족구왕
2014-09-02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그런데 의외로 퀸카 안나가 요즘 남자 같지 않은 만섭의 천연기념물급 매력에 관심을 보이고, 만섭은 급기야 안나의 ‘썸남’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강민을 족구 한판으로 무릎 꿇리기에 이른다. ‘그저 그런 복학생’에서 순식간에 캠퍼스의 ‘슈퍼 복학생 히어로’로 등극한 만섭. 그로 인해 취업준비장같이 지루했던 캠퍼스는 족구 열풍에 휩싸인다.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 속에서 시작된 캠퍼스 족구대회에서 누가 봐도 허술해 보이는 외인구단 ‘만섭팀’은 복수심에 불타는 강민이 속한 최강 ‘해병대팀’을 이기고 사랑과 족구 모두를 쟁취할 수 있을까.
군대에서도 족구로 시간을 보내며 족구를 인생 최대의 기쁨으로 여기는 주인공. 제대를 하고 대학교에 복학하지만 족구장은 테니스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친구 창호와 의기투합해 족구장을 다시 만들기 위해 총장과의 대화에서 족구를 피력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족구장를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족구 동호회’를 만들기 위해 회원 모집에 나서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족구를 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 영화는 족구를 이용해 현재의 대학생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산더미 같은 학자금 대출,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 등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선배,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묵묵히 해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웃음속에 묻어나는 애잔한 현실
영화 ‘족구왕’은 예산이 1억원밖에 되지 않는 저예산 영화다. 심지어 감독과 배우들도 생소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32세의 우문기 감독은 깨알 같은 웃음과 고차원 패러디까지 선보이며 청춘의 아픔을 위로하는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줬다. 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의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한 주인공 홍만섭역을 연기한 안재홍군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진짜 ‘복학생’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어떤 연기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지 기다려진다. ‘족구왕’은 포스터마저도 무척이나 촌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 장면 장면마다 큰 웃음과 영화 ‘소림축구’가 보여줬던 기발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스릴만점의 재미를 주는 ‘족구왕’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