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기사회생시킨 하나마나 ‘새벽쇼’

두달 끈 금감원 ‘경징계’ 조치

2014-08-26     강서구 기자

두달 가까이 진행된 KB금융 수뇌부에 대한 제재심의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금융감독원은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에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을 비롯한 KB금융 임직원의 고객정보 불법이관,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문제를 심의했다.

그 결과,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 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91명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개인 제재조치가 의결됐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는 각각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 제재가 사전통보된 점을 감안하면 제재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물론 정례 금융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한번 더 거쳐야 하지만 번복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사전통보한 대로 중징계 조치가 내려졌다면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해져 금융권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수위가 경징계로 낮춰져 인사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KB금융은 한숨 돌렸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소비자원은 “금감원이 독립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하나마나한 ‘새벽쇼’를 펼쳤다”고 비난했다. ‘금융권 재취업 불가’ 등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시스템이 독립성을 잃고 권력자와 정권의 수족 노릇을 한다면 결코 금융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권력에 기대 자리를 보전하려는 금융당국의 수장이 있는 한 근본적인 금융개혁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입장에서는 이번 제재가 영광이겠지만 KB금융으로선 관치 지배가 더욱 견고하게 되는 결과가 빚어져 조직 전체의 장래가 암울해졌다”고 평가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