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리스크 신통하게 잡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왜 뜨나

2014-08-25     이성환 한화투자증권 올림픽지점 PB

“한국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날이 감소하는 거래대금이 이를 증명한다.” 불과 한달 전 주식시장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증시는 공모주를 중심으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공모주를 우선배당 받을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의 1일 평균 거래량은 전년보다 29.21% 급감한 2억3243만주에 머물렀다. 코스닥 시장도 같은 기간 13.67% 감소했다. 상반기 증시가 침체하면서 기업공개(IPO)도 뜸해졌다. 코스피ㆍ코스닥 합산 신규 상장된 기업은 8곳으로 2013년(40개)의 20%에 불과했다. 공모금액은 약 3500억원으로 2013년 1조3000억원의 25% 수준이었다.

하반기 증시는 다르다. 7월 23일부터 현재까지 일 평균 거래대금은 약 4조원을 넘어서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7~8월 두달간 신규상장했거나 상장이 예정된 기업수만 해도 현재까지 9곳에 이른다. 투자수익률도 짭짤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모주 투자수익률은 평균 59.5%에 달한다. 하반기 증시에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발을 디딘 자동차부품업체 트루윈을 시작으로 국내 전기밥솥시장의 1위 업체인 쿠쿠전자가 8월 6일 상장됐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라는 조 단위의 굵직굵직한 기업까지 연내 상장이 예정돼 있다.

공모주 시장이 갑자기 뜨거워진 이유는 뭘까. 일단 저성장ㆍ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배당주ㆍ우선주ㆍ공모주를 대안으로 삼고 있어서다. 상장 심사 요건을 대폭 완화한 정부정책의 변화도 한몫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속상장제도(Fast Track)’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기업 상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붐’을 이끄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이다. 조 단위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는 삼성그룹 승계 작업과 맞물리며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이슈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공모시장에 집중시킨 것이다.

문제는 공모주 투자붐이 일어도 청약경쟁률이 높아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거다. 공모주 청약시 청약금액의 50%를 증거금(신용거래 시 매매약정을 이행한다는 증거로 증권사에 예탁하는 금액)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기회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공모 물량의 10%를 우선배정받을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 펀드는 신용등급 BBB+이하 채권의 발행과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새로 도입한 금융투자상품이다. 최대 장점은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배정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또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특정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 과세하는 것)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최근 2개월간 새로 설정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만 50여개에 달할 만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우선배정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하이일드 펀드가 계속 늘어나면 일반 청약과 마찬가지로 경쟁이 심화돼 펀드당 확보 가능한 공모주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 붐을 이루고 있는 테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되 장ㆍ단점과 대체 가능한 상품유형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성환 한화투자증권 올림픽지점 PB sunghwan.lee@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