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코, 세상을 농락하다

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코(Nose)

2014-07-30     김현정 체칠리아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과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널리 사랑받는 고골. 그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활동했던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다. 극작가이자 유머작가, 소설가로도 알려져 있다. 쇼스타코비치가 고골의 단편을 작곡하면서 오페라로 탄생했다. 없어진 코를 주제로 한 코믹 오페라지만 이면에는 절대 권력을 행사했던 짜르 왕의 권위를 풍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당시 사회악을 비판하는 듯한 의도도 두드러진다. 작품 속 인물들은 출세하기 위해 윗사람을 찾아다니고 부자 신부감을 갈망한다. 코를 찾아준 경찰은 뇌물을 요구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 모든 상황을 코에 빗대 조롱하고 있다. ‘콧대가 높다’는 표현처럼 코는 권위와 자존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무시하거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에 ‘코’를 빗댄다.

Look down norses(사람을 무시할 땐 코 밑을 본다), put noses out of joint(콧대를 꺾다)처럼 말이다. 한국에선 많은 이들이 성형을 통해 높은 코를 만들려고 하는 것만 봐도 코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없어진 코를 소유한 이보다 더 높은 지위로 분장해 도망다니는 코의 익살스런 연기, 70명이나 되는 전례를 보기 힘든 많은 조연의 출연은 코의 연기를 더 흥미 있게 유도하면서 더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러시아어로 불러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자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의 젊은 시절인 21세에 작곡된 오페라로 코의 캐리커처(caricature)적인 이미지를 찾아 작곡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돋보이는 훌륭한 작품이다. 8급 공무원 코발레브(Kovalev)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황당한 일을 당한다. 코가 없어진 것이다.

코에 투영시킨 기발한 풍자

코를 잃어버린 불쌍한 코발레브가 절망하는 가운데 그의 이발사가 아침식사를 위해 빵을 먹는다.  그 순간 빵 속에 들어 있는 코발레브의 도망친 코를 발견하고 질겁한다. 겁을 먹은 이발사는 후환이 두려운 나머지 코를 네바강에 버린다.  자신의 코를 찾아 나선 코발레브. 그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고급공무원(5급 공무원)으로 변장하고 있는 그의 코와 마주치지만 놓쳐버리고 만다.
 
신문에 그의 코를 찾는 광고기사가 실리고 경찰관들까지 그의 교활한 코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운 좋게 자신의 코를 찾게 된 코발레브는 의사에게 코를 가져가 다시 붙여달라고 하지만 수술에 실패한다. 코발레브는 다시 코를 찾을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마저 놓쳐버리며 절망한다. 다행히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코가 어느 날 제자리로 돌아온다. 드디어 코발레브는 자신의 코를 찾게 된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