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이 커피를 마신다

이대우의 커피홀릭

2014-08-05     이대우 커피칼럼니스트

아시아 시장만 놓고 봤을 때 한국ㆍ중국ㆍ일본은 각각 특성이 다르다. 일본의 커피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반면 한국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이제 막 커피산업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커피시장이 가장 성숙한 곳은 일본이다. 한국보다 100년 이상 빨리 커피가 전파됐다. 시장 성숙도를 보면 한국보다 30년 이상 앞서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커피시장은 한국 커피시장의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1970년대 일본의 커피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1970년 이후 일본에는 커피열풍이 불면서 수많은 커피협회가 등장하고 관련 대회가 난립했다. 이들은 커피의 질적 성장보다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기에 바빴다.

이런 커피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기업이 있는데 UCC다. UCC는 한국의 동서커피와 비교할 수 있는 일본의 거대 커피기업이다. 1980년대 들어 UCC는 일본의 커피시장을 정리한다. 전체 커피협회를 통합하고 각종 대회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일본의 커피시장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커피 브랜드와 카페들이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일본의 커피산업은 더 이상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외국에서 제아무리 새로운 커피기구나 유행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조용히 흡수될 뿐이다. 한국은 반대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성장한다. 올 11월에 열리는 카페쇼만 봐도 알 수 있다. 12회를 맞은 이 카페쇼의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올해는 코엑스 전체 홀을 사용할 정도다. 30개 부스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도 있다.

한국 커피시장의 뜨거운 열기 중심에는 젊은 커피인들이 있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 한국에 들여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 한국 커피시장은 일본에서 커피를 배워온 흔히 말하는 커피 1~2세대가 주도했다. 당시에만 해도 오랜 경험과 전통을 중요시했다. 지금은 다르다. 요즘 커피인은 커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하는데 열중한다.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로스팅ㆍ블렌딩ㆍ추출법ㆍ원두ㆍ물 등 다각도로 실험하고 결과를 공유한다.

커피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의 커피품질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이제 한국의 커피산업은 외국 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갈길도 멀다. 원두커피 마니아들이 이제 막 늘기 시작했고 커피전문점 시장과 달리 홈카페 시장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 커피시장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2001년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장을 간적이 있다. 당시 베이징의 호텔 근처에 스타벅스에 들어 커피 한잔 사들고 나오는데 아이들이 달려들어 돈을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중국에서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들은 돈이 많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중국에도 최근 변화의 물결이 불고 있다. 칭다오靑島에 있는 중국인들이 배를 타고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의 커피 아카데미에 방문해 에스프레소 추출법과 로스팅 기법을 전수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커피강의를 위해 중국에 왔다 갔다 하는 전문강사들도 있다. 중국의 커피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의 2007년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최근 중국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전통차茶 문화에서 커피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원두커피 소비량이 늘면서 커피 생두의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많은 인구와 지금의 상황을 모두 따져봤을 때 향후 10년 안에 중국 커피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커피시장은 일본과 유럽, 미국의 커피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중국에서 굳이 미국이나 일본에 가지 않고 다양한 커피문화를 배울 수 있는 한국에서 커피를 전수받는 일도 늘고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시장의 특수성을 활용해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다양할 것이다. 이제 그 방법을 고민할 때다. 
 이대우 커피칼럼니스트 winoar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