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찾아가는 몽환적 여행

크랭크 인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014-08-04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몽환적인 스토리와 감성적인 내용을 그린 영화 ‘일루셔니스트’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은 실뱅 쇼메 감독. 그의 첫 장편 실사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아름다운 영상과 노래로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윈 주인공 폴은 그 충격으로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파아니시트로 키우려고 했지만 33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인 전부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이웃인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그녀가 키운 작물로 만든 차를 마시게 되면서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는 20세기 최고 작가 중 한 사람인 마르셀 푸르스트가 남긴 말로 시작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이 말을 구체화하는 인물은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마담 프루스트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쁨을 알아낸다. 또한 그녀의 비밀정원에서 키워낸 무공해 채소로 만든 차와 마들렌, 과거를 기억나게 하는 사진과 음악을 이용해 잊혀진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마담 프루스트역의 앤 르니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사람을 잡아끄는 마담 프루스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큰 감동을 준다. 폴역의 귀욤 고익스는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애처로운 연기를 대사 없이 오로지 표정과 몸짓만으로 훌륭하게 표현했다. 쇼메 감독은 한 남자의 기억을 통해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기억이 모두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불행했던 기억도 삶의 한 부분이기에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채롭고 섬세한 색채와 환상적인 음악이 가득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연출한 실뱅 쇼메 감독은 만화 ‘리베륄의 비밀(1986)’과 단편 애니메이션 ‘그래, 그래(1990)’을 거쳐, 콜라스 드 크레쉬와 공동 연출한 중편 애니메이션 ‘노부인과 비둘기(1995)’로 유럽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아넥시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

2003년에는 창의력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벨빌의 세쌍둥이’로 칸영화제에서 파격적 반향을 일으켰다. 2011년엔 프랑스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는 자크 타티의 마지막 기록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완성한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로 아카데미에 다시 한번 노미네이트되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부상한다. 이번 영화에는 매혹적인 사운드와 원색의 영상미로 호평을 받은 영화 ‘아멜리에’의 제작자 클로디 오사드가 함께해 동화적 이미지와 다채로운 음악을 더했다. 실뱅 소메 감독이 만든 동화 같으면서고 아름답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하는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줄 것이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