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수첩을 폐기하라

꼬리 무는 인사참사

2014-07-02     김정덕 기자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은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새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했다. 그런데 DJ의 계산에는 없던 일이 벌어졌다. 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거다. 이후 인사 실타래는 복잡하게 꼬였다. DJ는 한차례 더 후보자를 냈지만 또 다시 낙마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J는 물러서지 않았다. 임기가 석달 남은 상황에서 또 후보자를 추천했다. 정식 임기가 고작 넉달뿐이었지만 그 후보자는 서슬퍼런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바로 DJ정부의 마지막 총리 김석수씨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를 냈지만 연이어 자진사퇴했다. 상황은 DJ정부 때와 비슷하지만 이후 선택은 판이하게 다르다. DJ와 달리 박 대통령은 ‘후퇴’를 택했다. 세월호 참사로 사직서를 제출한 정홍원 총리를 다시 불러들인 거다.

한편에선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잃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의 주변에 ‘인물감’이 없다는 걸 자인한 격이라는 비판도 많다. 박 대통령은 ‘수첩’에 적힌 인물을 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라면 그 수첩을 폐기할 때가 됐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