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 버블이 낀다
LTVㆍDTI 규제완화 논란
2014-06-25 강서구 기자
부동산이라는 녀석, ‘프리즘’ 같다. 이렇게 보면 오른 건데, 저렇게 보면 내린 거다. 그래서 집값하락을 바라보는 관점은 자기편향적일 때가 많다. 이씨의 경우처럼 말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핫이슈는 집값 하락이다. 올 5월 서울 지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99.6(국민은행ㆍ2013년 3월=100)에 그쳤다. 4월보다 0.01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의 5월 매매지수도 전월비 0.03포인트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 2주택 분양 허용 등 각종 규제를 풀었음에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이런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무서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집값이 떨어지면 다른 자산가치도 하락하게 마련이다. 더 떨어지기 전에 부동산을 매도해 현금을 쟁여놓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면 매도세는 속도를 낸다. 그러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일부 건설사는 미분양으로 타격을 입는다. 실업자가 생겨 소비는 또 위축된다. 내수시장엔 빙하기가 찾아온다. 반대로 해석하면 내수시장을 살리는 데 부동산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다. 부동산만 잘 띄워놓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 돈이 풀리고 그러면 시장에 활력이 감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을 두고 ‘단기성과를 내기 가장 쉬운 정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카드’를 꺼내들 채비를 갖추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경환 후보자는 부동산 대출규제를 ‘한겨울의 여름옷’에 비유하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예고했다. 문제는 지금의 집값하락이 금융규제를 풀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냐는 거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만큼 무주택자에게 ‘행복한 메시지’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굳이 금융규제를 풀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최근 집값하락이 ‘부동산 가격의 정상화 과정’이라면 어쩔 텐가. 그러면 LTVㆍDTI 규제완화는 또 다른 거품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게 분명하다. 이 규제완화가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참여정부 시기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유동성 과잉’에서 비롯됐다. 유동성이라는 ‘괴물’을 잡는 칼이 바로 LTV와 DTI였다. 경제전문가들은 2005년 부동산이 더 폭등하기 전 LTV와 DTI를 전면 도입했다면 투기불길을 잡을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한다. 반대로 LTV와 DTI가 없었다면 신용경색사회가 왔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칼을 빼려 한다.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건데, 지금이 적기인지 의문이다. 부동산, 아니 한국경제에 또 ‘버블’이 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