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으로 승부하던 알뜰폰 힘빠지나

출고가 인하전략 후폭풍

2014-06-05     강서구 기자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고 나섰다. 단통법 시행에 따른 대응조치다. 하지만 이런 ‘단말기 출고가 인하전략’이 알뜰폰에까지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영세한 알뜰폰 업체들은 ‘가격협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뜰폰은 지금보다 더 싸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시 발생하는 무분별한 보조금 지급과 이용자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업계는 단통법 시행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고 휴대전화 단말기의 출고가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알뜰폰(MVNO) 사업자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출고가격 하락으로 단말기 최신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전화 수급이 수월해질 전망이라서다.

알뜰폰 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307만4845명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51만86명의 5.5% 규모다. 지난해 3월 155만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이동통신3사의 영업정지기간 43만6880명이 알뜰폰에 가입했다. 소비자의 인식이 좋아졌고 단통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의 시각은 아직 조심스럽다. 소비자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세적인 변화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좋아 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통3사 정지기간 늘어난 고객만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통통신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통3사가 이미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어 최근의 증가세가 이어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출고가 인하전략이 알뜰폰 업체에 적용될지도 의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알뜰폰 업체가 영세해 가격협상력이 높지 않다”며 “업체마다 선호하는 기종이 달라 가격과 수량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의 가격이 지금보다 더 싸질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9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소속 사업자와 국내외 휴대전화 제조사 등이 참여한 ‘단말기 공동 조달협의체’를 출범했다.

공동구매를 희망하는 업체가 단말기와 물량을 정해 제조사로부터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단말기 공동 조달협의체’를 통한 단말기 수급은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제조사와 알뜰폰 업체가 가격과 수량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대량 판매를 원하고 있지만 알뜰폰 업체는 재고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수급량을 두고 제조사와 시각차가 여전하다”며 “단통법 시행이 알뜰폰 업계의 단말기 수급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우체국,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참여로 알뜰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단말기 조달 문제는 여전히 알뜬폰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뜰폰 업계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요금제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CJ헬로비전과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반값 통화료와 기본료 면제 행사를 통해 이통3사의 출고가 인하 전략과 경쟁하고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