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대박의 아름다운 그림자

최명동의 Inno-Process

2014-05-14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가전기업 A사는 주부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걸레청소기에 주목했다. 주부의 입장에서 좀 더 편리하고 위생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스팀청소기’다. 국내 최초 한국형 스팀청소기의 배경 요소는 다양하다. 단점을 보완한 기술력,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품질 향상, 홈쇼핑을 활용한 새로운 판로 개척이다.

벤처기업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품질’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선사한다는 사명을 갖고 품질을 우선시해야 한다. 만약 전기안전인증검사를 통과한 제품 중 불량품이 나왔다면 전량을 폐기처분할 정도로 품질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차례 제품 안전성 실험을 진행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 가전기업 A사는 품질을 기본으로 삼았다. 그래야 소비자가 호소하는 불편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사의 스팀청소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긴 벨크(막대)에 걸레를 부착해 청소를 하다보면 무게 때문에 청소를 꼼꼼하게 할 수 없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A사는 스팀청소기 개발에 착수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이 출시됐지만 초창기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을 구매했거나 체험해본 고객들의 평가점수가 높았다는 거다.

스팀청소기의 품질과 별개로 어떻게 고객에게 스팀청소기를 홍보하고 파느냐가 문제였다. 무엇보다 제품을 사용할 주부를 사로잡는 게 급선무였다. A사는 고민 끝에 주부들이 선호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집에 있는 가구와도 무난하게 어울리면서 세련된 감각을 지닌 제품으로 디자인과 색상을 개선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제품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청소기 무게를 1.5L 페트병 1개 수준으로 줄였다. 그 결과, 가볍고 편리한 스팀청소기가 출시됐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제품은 유통하는 거였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할인점에서 유통을 시도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았다.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했다. 대안으로 홈쇼핑 방송에 진출했다. 걸레질 한번으로 찌든 기름때가 없어지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면 소비자의 반응이 다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방송 후 주문전화가 쇄도했다. 홈쇼핑을 시작으로 A사는 인터넷 판매를 시도했다. 인터넷 쇼핑은 당시만 해도 일반적인 유통방식이 아니었지만, 과감하게 시도했다. 덕분에 A사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국내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A사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다. 해외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 미국에 1만대라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서양의 주거문화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원목을 벗기는 유행을 주목한 거였다. 당연히 스팀청소기는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일본ㆍ중국ㆍ북미 등으로 진출했다. A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불황기 마케팅의 새로운 전략으로 고객맞춤 마케팅을 실행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한 제품으로 스테디셀러인 스팀청소기를 변신시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불황기일수록 가족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을 전개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A사는 제품의 콘셉트를 건강스팀청소기로 설정했다. 깨끗한 청소뿐만 아니라 살균기능을 첨가해 가족건강을 지킨다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가 제품에 애착을 갖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해 스팀청소기 아기모델을 선발하는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또 가정의 상당수가 남편들이 스팀청소를 도맡는다는 점을 감안해 남성이 가사활동에 동참하는 공익캠페인을 전개했다. 일상생활에서 지속성장할 수 있는 경영혁신을 이룬 것이 A사의 성공 DNA라는 얘기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mdchoi2@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