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주택 살기도 좋을까

명제근의 건축학개론

2014-05-13     명제근 웰하우스 건축사

전원주택은 자연에 대한 로망만 갖고 건축에 뛰어들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전원주택에 대한 개념을 바로 잡지 않은 상태에서는 좋은 집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건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친환경’이란 용어가 인기를 끄는 걸 보니 적지 않은 이들이 매료된 듯하다.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관심사도 친환경이다. 도심생활보다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서다. 비록 몸과 마음은 도시에 묶여 있지만 말이다. 도시인이 친환경적인 전원주택을 그리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파트 건물보다는 쾌적하고 여유로운 전원주택이 심신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이 인간 본연과 닮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전원주택은 사람이 거주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전원주택을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실제로 거주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도심지와 도심 인근에 빈 땅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설령 빈 땅이 있더라도 가격이 비싸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원주택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도 요인이다. 건축은 학문의 총체다. 과학적이고 공학적이면서 철학적이다. 동시에 심미적인 요소가 가득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전원주택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귀농하거나 땅부터 구입하게 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효율적으로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건축에 대한 개념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우선 주택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주택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식사와 수면 등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공간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필수요소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시에 주택은 문화적인 공간이다. 근대 이후 주택은 화려한 외관과 장식을 추구했다. 내부의 화려함을 추구했던 중세의 주택과는 다른 양상이다. 가족이 많았던 중세시대엔 웅장함을 선호했지만, 근대에 와서는 핵가족화로 소형화, 단순화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시대엔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주택을 선호하는 추세다. 주택의 내부와 외부 공간이 조화를 이뤄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건축의 설계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토지구입부터 건축설계, 허가, 시공, 건축, 유지관리까지 일련의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동시에 시공과정에서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더불어 단독주택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시공자의 숙련된 경험과 능력이 중요하다. 전원주택 작업은 설계에서 시작한다. 공사결과물을 실제로 만드는 단계인데, 건축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정이다. 대지를 중심으로 주변 환경과 자연경관을 살피고, 인위적인(주택) 요소를 어떻게 배치할지 고려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설계자의 창작성과 독창성이 어우러져야 최적의 설계안이 나오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건축에서는 보기 좋은 디자인만을 우선시 하지 않는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의 편리성과 실용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건축은 공간계획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시공단계는 설계도면이 실제 주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밀함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명제근 웰하우스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사 wellhouse@well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