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
대한민국 X맨 ‘관피아’
2014-05-08 강서구 기자
‘X피아’는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재무부 출신 고위관료 출신 인사인 ‘모피아’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우리나라 금융정책은 모피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X피아’는 금융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 교피아(교육부+마피아), 금피아(금융감독위원회+마피아), 산피아(산업통산자원부+마피아), 조피아(조달청+마피아),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원전마피아(원전+마피아), 철도마피아 등 관료조직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X피아’기 존재했다. 이제는 각종 X피아를 통칭해서 지칭하는 ‘관피아(관료+마피아)’란 단어가 생겼을 정도다.
교육과학기술부를 퇴직한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 현황도 비슷했다. 2009~2012년 6월에 퇴직한 교과부 소속 3급이상 공무원 71명 중 재취업한 공무원은 60.6%(43명)에 달했다. 특히 재취업한 43명의 공무원 가운데 39명(90.7%)의 공무원이 교과부 소속 ‘산하기관(17명)’ ‘대학(9명)’ ‘유관 단체(13명)’ 등에 재취업했다. 게다가 현재 어떤 직위와 직급으로 근무하는지 알 수조차 없다. 퇴직 공무원은 재취업에 성공한 기관명만 밝히면 되기 때문이다. 관피아의 시초격인 ‘모피아’는 ‘금피아’로 세분화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3개 주요 금융회사에 재직한 ‘모피아(86명)’와 ‘금피아(38명)’ 출산 낙하산 인사는 124명(중복포함)에 달했다. 시중은행과 금융지주가 각각 45명, 41명으로 이었고 증권사 21명, 보험사 17명 등의 순이었다.
지방정부 역시 관피아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각 지방정부의 공사ㆍ공단과 출자ㆍ출연기관의 요직은 대부분 그 지방출신의 공무원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의 공사ㆍ공단 4곳 중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과 시설관리공단의 이사장은 설립 이후 계속해서 대구시 고위공무원 출신이 차지했다. 경상북도의 출자ㆍ출연기관 가운데 대표가 공석인 기관 4곳을 제외한 29개 기관 중 18곳의 대표도 모두 공무원 출신이었다. 특히 13개 기관의 대표는 경상북도 고위공무원 출신이 대표 자리에 올랐다. 대전시 4개의 공기업과 9개의 출연기관 임원진 19명 가운데 9명이 대전시 고위공무원 출신이었고 충청남도 14개 산하 공기업과 출자ㆍ출연기관의 임원진에도 5명의 퇴직 공무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고위공무원 출신이 관련 기관에 재취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무를 잘 알고 전문적 지식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요 요직에 오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관피아’의 전문성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관피아는 여러가지 폐해만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기관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관리ㆍ감독을 소홀하게 만들고 각종 비리와 부패를 저지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의 주범은 모피아였다.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감독해야 할 감사가 뇌물을 받고 함께 조작해 문제를 일으켰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지난해 겪었던 극심한 전력난의 원인에도 관피아가 있었다. 원전 부품의 위조 검증서 파문의 중심에 ‘원전마피아’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와 직원이 부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량 부품을 사용했다. 또한 업체가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했지만 이를 묵인했다.
‘관피아’가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얼마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이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과 낙하산 인사로 관계기관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해피아’와의 불법적인 관계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관련 해운업체는 돈에 눈이 멀어 선박의 안전을 무시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관피아’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피아’를 척결하기 위한 명분과 공감대는 충분히 만들어졌다.
셀프개혁으론 뿌리 뽑을 수 없어
문제는 정부의 개혁의지가 얼마나 강하냐다. 박 대통령이 지시한 ‘셀프개혁’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개혁 대상에게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는 셀프개혁을 외쳤지만 공염불에 그친 국정원 개혁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관피아’ 개혁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고위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을 막을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의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의 영리기업과 비영리 기관ㆍ단체로의 재취업을 퇴직 후 2년 동안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은 일본은 2009년부터 전직 공무원의 산하기관 취업을 1회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최근 발생한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법적책임을 진 ‘관피아’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일회성 개혁으로는 오랜 시간 지속된 ‘관피아’의 폐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