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은 브랜드에 씨앗을 뿌린 ‘괴짜’

이호가 만난 프랜차이즈 CEO | 정민섭 국수나무 대표

2014-04-30     이호 기자

약 3700개. 전국 프랜차이즈 브랜드 숫자다. 1년에만 수백개의 브랜드가 등장하고 죽는 곳이 프랜차이즈 시장이다. 특히 죽어가는 브랜드엔 가차 없다. 한번 손님을 잃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부활하기 어렵다. 여기 죽은 브랜드를 인수해 가맹점 370여개의 브랜드로 만든 돈키호테 같은 CEO가 있다. 정민섭 국수나무 대표다.

2009년 74개, 2010년 77개, 2011년 100개, 2012년 68개, 2013년 75개. 매년 오픈한 신규 가맹점 숫자다. 합치면 400개에 가깝다. 생면 브랜드이자 미니레스토랑 국수나무다. 수도권을 벗어나 강원도와 전라도 등 전국구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국수나무는 도심 속 쉼터라는 캐치프라이즈로 매장에서 신선한 생면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잔치국수를 비롯해 나가사키짬뽕, 왕돈까스 등 메뉴도 다양하다. 여기에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20대 여성부터 주부들의 마음까지 잡았다는 평가다.

국수나무의 놀라운 성장 뒤에는 정민섭 대표가 있다. 그가 처음부터 국수나무를 이끈 건 아니다. 그는 해미가식품이라는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던 중 국수나무 브랜드 론칭 계획을 알게 됐다. 당시 국수나무를 준비 중이던 회사는 푸드코아다. “푸드코아 대표를 비롯해 이사진들과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다. 론칭 계획을 듣게 됐고, 지인들의 부탁으로 메뉴 개발에 참여했다.”

2005년 론칭된 국수나무는 간식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다. 2032 여성 대상으로 컵국수 등의 간편식 메뉴를 선보였다. 초기에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간식시장 인식 부족과 부진한 실적으로 2007년 가맹점이 7개만 남을 정도로 어려워졌다. 2007년 푸드코아측에서 사업철수를 결심할 때 그는 인수의사를 밝혔다. “메뉴 개발에 참여했던 아쉬움도 있고, 식품 제조회사를 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도 느껴 인수를 제안하게 됐다. 남아있는 7개의 가맹점도 살리고 싶었다.”

그는 6개월 동안 전격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브랜드명만 빼고 메뉴, 인테리어를 싹 바꿨다. 콘셉트도 간식 브랜드에서 우리 동네 미니 레스토랑으로 변경했다. 2008년 5월 국수나무가 시즌2로 재론칭됐다. 타깃 고객도 10대부터 50~60대까지 넓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9년 74개 매장이 신규로 오픈했다. 1년 동안 정신없는 날을 보냈다. 가맹점 문의가 증가하면서 그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숙련된 직원이 필요했어요. 매장 오픈을 비롯해 점주 관리 등 아쉬움이 생겼죠.”

국수나무를 운영하는 해피브릿지라는 회사의 탄생 배경이다. 그가 이끈 해미가식품과 푸드코아가 2010년 1월 동등한 조건으로 결합해 탄생했다. 정 대표는 가맹점주와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점주를 위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다. 대표적인 게 오래된 점포의 리뉴얼 지원이다. 점포가 오래되면 색이 바래고 인테리어가 노후화돼 고객의 발길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점주는 리뉴얼을 망설이기 일쑤다. 비용 때문이다. 그래서 정 대표는 800만원짜리 리뉴얼 상품을 만들었다.

점주가 요청하면 50%를 본사가 지원해 준다. 신메뉴를 선보일 땐 그에 걸맞은 그릇 등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함께 신메뉴를 팔고,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많아진다고 했다. “초기에는 프랜차이즈를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 가맹점 숫자를 늘리기 보다는 점주의 매출을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점주가 행복해져야 브랜드가 탄탄해 지지 않겠는가.” 국수나무가 점주와의 상생을 통해 롱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