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깨져도 연봉은 억소리
대기업 등기임원 연봉공개 후폭풍
2014-04-10 김정덕 기자
대기업 등기임원 연봉이 3월 31일 공개됐다. 개정된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서다. 5억원 이상을 받는 51개 그룹 등기임원 292명이 대상이다. 후폭풍이 만만찮다. 일반 회사원들은 상상조차 못할 연봉을 받고 있어서다. 일례로 연봉 상위 20위까지의 평균 연봉은 70억원에 달한다.
더구나 이들 대다수는 오너 일가다. 전문경영인은 하병호 전 현대백화점 사장을 제외하면 삼성 계열사 CEO들뿐이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IM부문 사장, 윤부근 CE부문 사장, 정연주 전 삼성물산 대표다.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분노한 건 이들이 많은 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당 기업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오너와 CEO가 수두룩해서다.
10대 그룹 상장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삼성ㆍ현대차ㆍSKㆍLG를 제외한 롯데ㆍ현대중공업ㆍGSㆍ한진ㆍ한화ㆍ두산 6개 그룹이 지난해 순이익이 줄었음에도 수십억대 연봉을 받아 갔다. 그중 현대중공업ㆍGSㆍ한진 그룹은 순손실은 수천억원에 달했다. 재벌그룹들이 경영난에 봉착하면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수를 줄이고 직원들의 연봉을 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봉 상위 10위 중 영업이익 대비 최고 연봉(52억원)을 받은 이는 최신원 SKC 회장이었는데, SKC 영업이익(1240억원)의 4.19%에 달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만을 토대로 할 경우, 연봉 상위 10위 중 영업이익 대비 가장 낮은 연봉을 받은 등기임원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영업익 대비 0.02%)이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